[SK텔레콤오픈의 의미] 김대현·배상문 버디쇼…PGA 같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5월 23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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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 장타에 정교함까지…팬 환호
토종스타의 흥행몰이 “희망 쐈다!”

‘와! 저 샷 좀 봐.’

23일 원아시아투어 SK텔레콤오픈 골프대회 최종라운드가 열린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은 갤러리들로 가득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면서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갤러리들은 화끈한 장타와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화려한 버디쇼를 펼치는 김대현(22·하이트)과 배상문(24·키움증권) 두 영건의 플레이를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했다.

이것이 바로 스타의 힘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인기에 밀려 주춤했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가 새로운 톱스타의 출현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화끈한 장타력에 정교함까지 갖춘 이 둘의 뜨거운 경쟁은 마치 PGA투어를 보는 듯한 짜릿함과 김장감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김대현은 지난해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이후 마치 봉인이 풀린 듯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김경태를 꺾고 생애 통산 2승째를 기록하며 KPGA투어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300야드가 넘는데다 정확성까지 갖춘 가공할 장타에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으로 만들어가는 이글쇼는 김대현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2년 연속 K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또 한명의 장타자 배상문이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 됐다.

특히 아시안투어로 편입돼 규모가 더욱 커진 SK텔레콤 오픈에서 두 선수의 플레이는 빛을 발했다.

나흘 동안 배상문은 22언더파, 김대현은 19언더파를 몰아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코스에 쏟아 부었고, 팬들은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결국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던 김대현을 제치고 배상문이 역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상금왕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승부를 떠나 경쟁 그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주었고, KPGA투어가 해외파가 아닌 토종 스타만으로도 충분히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명승부였다.

김대현과 배상문이 지금처럼 경쟁하며 자신과 투어를 동반 성장시켜 나가려면 KPGA투어의 흥행을 이어가려면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대선배 최경주(40)가 지닌 여유로운 플레이다.

최경주는 나흘간 펼쳐진 경기에서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선두를 압박해갔다. 비록 선두와 4타 뒤진 단독 3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최경주의 플레이에는 두 젊은 선수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사흘 동안 거침없이 질주하다 마지막 날 주춤한 김대현과 최경주의 결정적인 차이는 노련함이다. 김대현과 배상문은 서로를 의식하며 피 말리는 경쟁을 했지만, 최경주는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다른 선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타수를 줄여가며 우승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심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다양한 샷 기술은 두 선수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대현이나 배상문이 타고난 장타력에 최경주의 노련함까지 플러스한다면 KPGA투어는 타이거 우즈나, 세르히오 가르시아, 앤서니 김 등 PGA투어의 톱스타들 부럽지 않은 선수를 보유하게 된다. 당연히 팬들은 열광할 것이고,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 된다.
투어와 스타는 함께 성장해가야 하고 그 열쇠는 ‘스타’가 쥐고 있다.

영종도(인천)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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