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는 애처가 미켈슨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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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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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아내위해 ‘핑크리본 투혼’… 3번째 그린재킷우즈 공동 4위로 성공적 재기… TV 시청률 치솟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에게 바치는 감동의 승리였다.

필 미켈슨(40·미국)은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낚은 뒤 갤러리의 우레 같은 환호를 뒤로한 채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멀리서 세 자녀와 함께 초조하게 응원을 보낸 아내 에이미 씨(38)였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 부부는 감격에 겨워 30초 가까이 포옹을 한 뒤 입을 맞췄다.

에이미 씨는 지난해 5월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남편을 보기 위해 필드를 찾은 것은 11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미켈슨은 어머니 메리 씨도 아내가 수술을 받은 지난해 7월 똑같이 유방암에 걸려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간병을 위해 대회 출전도 몇 달 동안 포기했다. 아내와 어머니의 쾌유를 빌면서 모자 왼쪽에 핑크 리본을 달고 다니는 그가 12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번 대회는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타이거 우즈(미국)가 5개월 만에 돌아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오거스타의 지신(地神)은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우즈를 대신해 가정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미켈슨을 챔피언으로 선택한 셈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가정에 초점을 맞춰 미켈슨과 우즈를 비교하고 나섰다.

1996년 미국프로농구 피닉스 선스 치어리더 출신의 아내와 4년 열애 끝에 결혼한 미켈슨은 두 딸과 아들을 둔 가장이다.

다정한 아빠로 소문난 그는 이번 대회 기간에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손목을 다친 큰딸 아만다 양(10)의 X선 촬영을 오전 1시까지 돌봐주고 둘째 딸 소피아 양(8)과 체스를 두기도 했다.


미켈슨은 이날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시즌 첫 승이자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이 펼쳐진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파5)이 백미였다.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 숲에 떨어졌다. 홀컵까지 207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1.2m에 불과한 두 나무 사이로 절묘하게 공을 빼내 ‘래이의 개울’을 넘겨 투온에 성공했다. 비록 1.2m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2타 차로 달아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복귀전에 나선 우즈는 팬들의 환대 속에 공동 4위(합계 11언더파)로 마쳤다. 공백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펼친 그는 재기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우즈의 복귀로 1라운드 TV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494만 명에 이르렀다. 3, 4라운드를 중계하는 CBS의 마스터스 관련 웹사이트 접속자도 1라운드에만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5만6090명으로 집계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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