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이성열, 낮성열? 밤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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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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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맹타 불구 개막 후 부진
결승 솔로 포함 3타점 ‘승리 주역
“편하게 치려 했다”…잠재력 폭발

두산 이성열. [스포츠동아 DB]
두산 이성열. [스포츠동아 DB]
“‘낮성열’이요? 에이, 그랬으면 매 타석 삼진 당했죠.”

2일 문학 SK와의 경기 전 두산 이성열(26)은 ‘낮성열’에 대한 평가에 대해 대수롭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낮성열’은 동체시력 이상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낮에만 야구를 잘 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 시력교정 수술을 받았지만 밤에는 남에 비해 공이 조금 번져 보이는 게 사실. 시범경기에서 늘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야간경기에서 유독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적도 이를 대변했다. 그는 낮에 열린 시범경기에서 13경기 42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시즌 들어서는 개막전 홈런포를 빼고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1타수 2안타의 빈타.

그러나 이성열은 “신경쓰지 않는다. 만약 시력이 문제였다면 매 타석 삼진을 당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날 자신의 말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결승홈런을 쳐내며 비상을 시작했다. 이성열은 이날 고영민의 솔로홈런으로 2-2로 맞선 6회 타석에 들어섰다. 첫 구에 헛스윙.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바로 마음을 고쳐 잡았다. ‘욕심내지 말고 가볍게 맞히자!’ 다음 볼은 변화구였다. 하지만 밋밋하게 들어온 포크볼이었다. 이성열은 이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우익수 키를 훌쩍 넘기는 결승 솔로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이성열은 오른손을 번쩍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을 뿐 아니라 변화구에 약했던 약점까지 이겨낸 의미 있는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또 7회 2사 만루에서는 좌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주자 두 명을 불러들이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이성열은 “앞에 (고)영민이 형이 쳐서 편하게 치려고 했다. 운이 좋아 홈런이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3번 타자로서도 “연결고리로서 기회가 4번∼7번으로 이어지게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수줍게 말했다. 목표도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장이다. 그저 경기에 나가는 것이 행복하고 재미있다는 ‘만년 유망주’. 그러나 6년 동안 숨죽였던 이성열은 드디어 잠재력의 꽃망울을 터트렸고, 한 팀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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