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뛰는 이동국’ 전북의 최대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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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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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대표팀 이중잣대 딜레마

이동국. 스포츠동아DB
이동국. 스포츠동아DB
전북의 이동국(31)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표팀 감독과 소속팀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의 이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한 전북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이동국의 지나치게 많이 뛰는 플레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최근 AFC 창춘과의 2연전에서 모두 결승골을 뽑아낸 이동국에 대해 “지난 시즌에 비해 활동량이나 움직임의 폭이 늘어났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선수가 열심히 움직이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속사정이 있기에 최 감독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타깃맨으로 자리매김한 이동국이 요즘 공격에만 전념하지 않고 수비까지 두루 아우르며 전천후로 뛰다 보니 정작 본업인 찬스 포착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동국은 챔스리그 연속 득점포와 비교해 K리그에서는 초반 4경기 내내 침묵하며 최 감독의 근심을 깊게 하고 있다.

“몸 상태가 전성기 못지않게 워낙 좋다보니 찬스가 줄어든 것 같다. 부정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문전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의미다. 너무 많이 움직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팀 내 주포로서 좀 더 득점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동국도 최 감독의 견해에 동의했다. 이동국은 30일 창춘과의 2차전에서 시도한 21차례 슛 찬스 가운데 9번의 슛이 있었지만 한 골에 그쳤다. 전매특허인 발리슛도 4개나 놓쳤다. 경기 후 측근에게 “내 장기인 발리슛을 놓친 게 너무 안타깝다. 서 너 골은 더 넣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동국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골은 넣었지만 찬스를 여러 번 놓쳤다. 최 감독님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국은 자신의 플레이를 어느 정도 만족하는 눈치다. 최근 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2010남아공월드컵 출전을 향한 꿈을 부풀리고 있는 그였기에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항상 강조해온 ‘적극적인 움직임’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움직임 보다는 적게 뛰더라도 찬스에서 골을 더 많이 넣어달라는 소속 팀의 바람이 중요한 것도 잘 알지만 축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인 올해 월드컵 출전은 이동국에게 결코 놓칠 수 없는 ‘평생의 숙원’이다.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라운드에서 부지런히 뛰고 움직이는 까닭 역시 대표팀 허 감독이 “가만히 서 있는 공격수는 필요 없다”고 강조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많은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준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문전 앞에서 보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골 결정력을 높이겠다”는 게 지금 이동국이 내세우는 모범답안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의 플레이를 지켜본 대표팀 박태하 코치와 김현태 GK 코치는 허 감독에게 과연 어떤 보고서를 제출할까.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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