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여기는 도쿄-김태균 단독 인터뷰] “삼진굴욕후 잠이 안왔다 호텔방에서 나홀로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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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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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 혹독한 신고식 김태균 단독 인터뷰

김태균은 6연타석 삼진 포함해 3경기 11타석 만에 첫 안타를 기록한 공을 손에 꽉 쥐고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도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김태균은 6연타석 삼진 포함해 3경기 11타석 만에 첫 안타를 기록한 공을 손에 꽉 쥐고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도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였나봐
한국서도 개막시리즈 잘한 기억 없어
스트레스? 편하려면 일본 왜 왔겠나
설마 만날 이럴까…좋은 날도 오겠지


지바 롯데 김태균(28).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던 그는 정작 정규시즌 개막 3연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제 출발선상에서 스타트한 것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24일 오후 홀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개막 3연전의 부진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바람을 쐰 것이었다.

-일본에 오자마자 한 대 맞고 시작한 셈인데.

“어차피 (6연타석 삼진)신기록 세웠잖은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일본프로야구에 내 이름 계속 남아있을 거 아닌가. 누가 이 기록을 깨기 전에는.(웃음) 정신없이 지나갔다. 3연전 내내 잠을 4∼5시간밖에 못 잤다. 원래 8시간 이상을 푹 자는 스타일인데. 시작부터 너무 잘하려고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개막전 시리즈에서는 작년(2루타 1개 포함 4타수 2안타)말고는 좋았던 기억이 없다. 문제는 삼진이 너무 많았다는 거지만.(웃음)나도 모르게 타격할 때 힘이 들어갔다. 첫날(4연타석 삼진) 그러고 나니까 잠이 오지 않더라. 호텔 방에서 혼자 스윙을 하고 그랬다.”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는가.

“사람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겠는가. 겉으로 그렇게 보이고 티를 안 내는 것뿐이지. 나도 모르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에 휩싸였던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까 그렇다. 이제 마음을 비워야겠다.(웃음) 만날 이러겠어? 좋은 날도 오겠지.”

-그래서 그런지 타격폼도 한국 시절과는 달라 보였다.
“난 원래 상대투수가 잘 던진 공까지 치는 좋은 타자는 아니다. 실투를 잘 안 놓치는 타자일 뿐이지. 그런데 힘이 들어가니까 스윙도 커지고 실투를 쳤는데도 파울이 됐다. 3번째 경기 마지막 타석 때도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혔는데 홈런 욕심에 스윙이 커지면서 약간 깎여서 맞았다. 힘 빼고 가볍게 돌려야했는데.”

-시범경기 때는 성적이 좋았었는데.
“분명 상대팀이 시범경기에서 나를 테스트해본 것도 있었을 것이다. (정규시즌에는)에이스가 나오고 (시범경기에는)에이스 아닌 투수가 나온 차이도 있었겠지만. 시범경기 때는 부담 없이 하다보니 잘 칠 수 있었다.”

-일본야구 스타일은 어떤 것 같은가.
“선배들한테 들었던 것 하고 큰 차이가 없다.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하는 것 차이일 뿐이다. 야구가 전체적으로 세밀하다. 투수들도 타이밍을 뺏으려고 노력하고. 투구폼으로도 타이밍을 뺏으려고 한다. 이중 투구모션에다 한번은 빨리 던졌다, 한번은 천천히 던졌다 하는 식이다.”

-개막 3연전에서 신중하게 공을 많이 봤다. 상대를 파악하려고 그랬던 것인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볼을 안 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첫날 2번째 타석(3회초 2사만루) 삼진을 먹고 나니까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더라.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스트라이크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찬스에서 내가 다 해결하려고 덤비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답이 없더라. 아무튼 힘들었다. 3연전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였는데 다음날 12시까지 뻗어 잔 걸 보면.(웃음)”

-삼진을 그렇게 연속으로 당해본 기억은 없지 않나.
“다들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가. 첫해에는 힘들 거라고. 그런데 나는 힘들고 싶어서 일본 왔다.(웃음) 한국에서 매번 그 성적에 머무는 게 싫었다. 나를 힘들게 하고 싶었다. 편하게 하려면 한국에 있었지 여기 왜 왔겠는가. 괜찮다. 만날 그러겠어? 좋은 날도 오겠지.”

-세이부 투수들은 어땠나. 2차전 선발 호아시는 국내에서 생소한 팜볼을 던졌는데.
“경기 끝나고 일본기자들이 ‘한국에는 이런 투수 없냐’고 물어보더라. 은근히 일본야구가 한국보다 세다는 식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해서 ‘한국투수는 자존심이 세서 정면으로 승부하지 변화구로 비비 꼬고 그러지 않는다’고 했더니 다음날 신문 보니까 ‘이런 공 상대한 적 없다’고 써놨더라. 내가 보기에는 팜볼이 아니라 슬라이더나 마찬가지였다. 다음에 만나면 못 칠 볼 아니다. 내가 1차전에서 삼진 4개 당하고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 상태라 그랬지.(웃음) 1차전 선발 와쿠이 볼은 좋았다.”

-2차전 세 번째 타석에서 3루선상으로 빠질 듯한 총알 같은 타구가 3루수 다이빙캐치에 걸린 게 아까웠다.
“그러니까. 그 때 패가 풀렸어야하는데.(웃음) 안될 때는 뭘 해도 안 되고, 좋을 때는 손잡이에 맞아도 안타 2∼3개씩 나온다.”

-이범호와는 통화를 했나
“3연전 끝나고 통화했다. 범호형이 ‘넌 어차피 한국에서도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했잖아. 그래놓고 시즌 끝나면 3할 치잖아’라고 말하더라. 범호형은 기분 좋더라고. 마지막에 안타 2개 치고 그래서 그런가.”

-니시무라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조언은 없었나.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단지 ‘천천히 해라. 괜찮다’ 이 정도의 말만 했다.”

-26일부터 홈 개막전이 있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단 흐트러진 타격 밸런스를 잡을 생각이다. 개막 3연전은 어제 휴식일에 코치하고 저녁 식사하면서 다 잊어버리려고 했고, 잊어 버렸다. 잊어야지 어떡하겠나.(웃음) 얼마나 더 못 치나, 언제까지 고전하나, 해볼 때까지 해보겠다.”

도쿄(일본)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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