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막 터지는 스타일” ‘깨방정’ 매력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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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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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는 부담 ‘훈남’은 민망…그냥 ‘이정수’로 불러주오”

22일 오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시상식이 열린 BC플레이스에서 남자 쇼트 2관왕 이정수를 비롯해 은메달 이호석, 이은별, 동메달 박승희 선수가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이정수가 촬영 후 힘든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시상식이 열린 BC플레이스에서 남자 쇼트 2관왕 이정수를 비롯해 은메달 이호석, 이은별, 동메달 박승희 선수가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이정수가 촬영 후 힘든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샤이 가이’ 이정수

가냘픈 외모와 달리 배꼽잡는 입담
경기 이야기엔 눈빛 초롱 진지함도
“친구들끼리는 ‘깨방정’으로 통해…
원래 모습 보여주면 없어보여 조심”

남자치고 가냘픈 외모에 수줍은 성격, 그러나 은근히 배꼽 잡는 입담. ‘샤이 가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정수(21·단국대)의 양면적인 매력이다. 이정수는 남자 쇼트트랙 1500m와 1000m를 연이어 석권하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올랐다. 안현수(25·성남시청)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의 탄생이다. 두 번의 금빛 질주 후 기분 좋은 첫 훈련에 나선 이정수와 22일(한국시간) 밴쿠버 킬라니 커뮤니티 센터에서 맞닥뜨렸다.

○‘은근 개그맨’ 이정수의 촌철살인 유머


거침없는 말솜씨에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 앞서 금메달을 딴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21)과 이상화(21)의 매력이었다. 반면 이정수의 인상은 좀 다르다.

작고 하얀 얼굴에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별명과 딱 어울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은근히 할 말은 한다는 걸.

예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호석과 성시백을 대표팀 금메달 후보로 꼽을 때 AP통신만은 이정수를 3관왕 후보로 지명했다. 이제 5000m 계주 금메달만 따면 적중한다. 이정수는 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그 쪽에서 사람 보는 안목이 좀 있는 듯 하다”고 농담을 던졌다.

또 하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깨방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평소에는 지나치게 얌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저 원래는 막 터지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 원래 모습을 표출하면 좀 없어 보일까봐 조심하고 있는 거예요.” 이쯤 되면 ‘유쾌한 청년’ 인정이다.

○‘순수 청년’ 이정수의 진지함

반대로 순수한 면도 있다. 계주 훈련 때 어떤 연습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진지하게 머리부터 긁적이더니 말했다. “그건 저희 전략이라서 말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을 원했던 취재진 사이에 웃음이 터진 것은 물론이다. 또 그는 “이런저런 별명보다는 그냥 이정수란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이스’란 호칭은 아직 부담스럽고, ‘훈남’은 스스로 좀 민망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경기 얘기만 나오면 눈이 빛난다. 레이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선배 이호석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한다. 또 지금은 “팀원들과 함께 계주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는 각오에 불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정수가 가장 망설였던 질문은 뭐였을까. 바로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을 물었을 때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는 말했다. “너무 많아서 한 명만 꼽지 못하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중에 얘기할게요.”

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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