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멀티메달! ‘모터범’ 1500m도 일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20일 07시 00분


이변은 없었다. 19일(한국시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1000m 금메달은 세계랭킹 1위 크리스틴 네스빗(25·캐나다)의 차지였다.

18일 남자 1000m 금메달 역시 세계랭킹 1위 샤니 데이비스(28·미국).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21·한체대)는 1000m에서 23위를 기록했다.

○500m보다 의외의 승부 적은 1000m

전문가들은 “500m보다는 1000, 1500m로 갈수록 변수가 적다”고 입을 모은다. 1000분의 1초차로도 승부가 갈리는 500m에서는 스타트와 곡선주로 등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없는 미세한 실수로도 승부가 갈린다. 상대적으로 1000m 이상에서는 막판 스퍼트 등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실제로 2009년 11∼12월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1∼5차 월드컵에서 남자 500m는 4번 열렸는데 매번 우승자가 바뀌었다. 반면 4번 열린 1000m에서는 모두 데이비스가 1위를 차지했고, 5번 열린 1500m에서도 데이비스가 4번이나 결승선을 가장 빨리 통과했다.

여자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5차 월드컵에서 500m와 1000m는 4번씩 열렸는데, 1000m의 왕관은 모두 네스빗의 것이었다. 500m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상화에 이어 은·동을 나누어 가진 예니 울프(31·독일)와 왕베이싱(25·중국)이 각각 2회 우승으로 양분했다. 이상화의 500m 시즌랭킹은 3위였다.

이 통계는 데이비스와 네스빗의 뛰어난 경기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500m 승부는 당일 컨디션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규혁(32·서울시청)이 출국 전 “500m는 세계랭킹 10위권 이내의 선수라면, 어느 누가 금메달을 따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모태범, 1500m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이유

주종목이 500m인 이상화의 1000m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상화는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1∼5차 월드컵 1000m에서 단 한번도 10위권 이내에 진입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주종목이 1000m인 모태범(21·한체대)은 500m와 1500m에서 모두 멀티 입상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2009년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ISU 5차 월드컵 남자 1500m에서 모태범은 데이비스, 채드 헤드릭(33·미국)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1∼2차 월드컵에서 15위권 밖에 있던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윤성원(54) 박사의 분석도 희망적이다.

윤 박사는 “1000m 레이스 직후 모태범이 다른 선수들과 달리 동적회복을 잘 수행하는 모습에서 지구력이 뛰어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적회복이란 레이스가 끝난 뒤 40% 정도의 속도로 빙판을 활주하는 것인데, 운동을 정지하는 것보다 피로회복에 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구력이 약한 선수들은 레이스를 마친 뒤 이것조차도 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

문제는 역시 막판 레이스 운용. 1000m 레이스에서도 모태범은 막판 스퍼트에서 데이비스에 뒤지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 박사는 “일단 1100m까지는 모태범이 뒤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후에 힘을 다 쏟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금·은·동 사이클링 메달에 도전하는 모태범의 1500m 레이스는 21일 열린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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