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셰퍼드도 먹을 태세로 골을 넣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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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크, 파르크~"

'산소 탱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포가 9개월 만에 터진 1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스타디움에서는 오랜만에 '파르크'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박지성의 성(姓)인 박(Park)을 영국 팬들이 외칠 때 우리 귀에는 '파르크'로 들린다. 이날 맨체스터 응원석에서는 박지성의 골 세리머니가 끝날 무렵부터 '파르크'로 시작되는 응원가도 들려왔다.

40여m를 질주하며 터뜨린 박지성의 골이 너무 장쾌한 데다 오랜만에 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팬들이나 동료 선수들도 너무 감격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박지성이 득점하는 장면을 반대편에서 지켜보던 팀 동료 루이스 나니는 양팔을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어 TV로 이 장면을 본 국내 누리꾼들은 "나니의 춤이 봉산 탈춤과 비슷하다"며 '봉산 나니'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맨체스터 팬들이 부르는 박지성 응원가는 일명 '개고기 송'으로 불린다.

"박, 박, 네가 어디 있어도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하지만 빈민가 주택가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 애들이 되면 그것은 최악이지!(Park, Park, wherever you may be, you eat dogs in your home country! (But it) could be worse, (you) could be Scouse, eating rats in your council house!)"

이 응원가가 처음 나왔을 때 한국의 개고기 식문화를 너무 비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라이벌인 리버풀을 압도하기 위해 만든 애교 섞인 응원가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에게도 무난히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최근들어 박지성이 부진해서인지 그의 분발을 촉구하는 두 번째 응원가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 응원가 역시 개가 소재.

"10마리의 독일 종 셰퍼드가 길을 가고 있다. 만약 박지성이 한 마리를 먹기를 원한다면 아홉 마리의 셰퍼드가 길을 갈 것이다(Ten Alsatians, walking down the streets, and if Ji-sung Park fancies one to eat, there'll be nine Alsatians, walking down the street)."

이 응원가는 아이들에게 숫자를 가르치기 위한 동요 '10개의 초록병(Ten Green Bottles)'의 가사를 바꾼 것.

'10개의 초록병' 가사는 '10개의 초록병이 벽에 올려져 있네, 10개의 초록병이 벽에 올려져 있네. 그런데 갑자기 하나가 떨어지면 아홉 개의 병이 벽에 올려져 있네'인데 여기서 숫자만 바꾸면서 부르는 것.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볼턴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22)의 응원가도 개고기 송이라는 것. 내용은 '그는 슈팅을 하고, 그는 골을 넣을 것이고, 그는 너의 큰 개도 먹어버릴 거야, 청용 리, 청용 리(He shoots, he'll score, he'll eat your Labrador, Chung-yong Lee! Chung-yong Lee!)'

어쨌든 1일 박지성이 골을 넣고 나서 나온 응원가는 운동장의 소음에 섞여 크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파르크'로 시작하는 첫 번째 응원가가 분명했다.

두 번째 응원가는 동요곡에서 따온 것이라 그 곡조대로 부르면 응원가로서는 강렬함이 떨어진다.

그러나 맨체스터 팬들이 어떤 응원가를 부르건 이번 시즌 첫 골을 넣은 박지성이 두 번째 응원가 내용대로 앞으로 9골을 더 넣어 10골을 기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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