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자비 전훈…뿌린만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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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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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각오 지난달 사이판행…감잡은 구위 마당쇠 부활선언

히어로즈 박준수. [스포츠동아 DB]
히어로즈 박준수. [스포츠동아 DB]
8월같은 무더위에서 보낸 2009년의 크리스마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다.

히어로즈 김시진(52) 감독은 “올 시즌 투수진 구성은 아직 백지상태”라고 했다. 주력 투수들의 트레이드. 어느 선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2010년을 맞는 박준수(33·사진)는 모든 것을 걸었다. 잦은 부상과 지루한 재활. 박준수는 6년간의 2군 생활을 딛고 2006년 구원부문 2위(38세이브)에 올랐다. 하지만 몸 곳곳에는 후유증이 남았다. 결국 2009년 1월과 2월 팔꿈치와 어깨에 칼을 댔다. 프로입단 이후 수술이라면, 이골이 났었다. 오죽하면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칼바람의 시기, 몇몇 사람들은 “네가 (정리대상) 1순위”라고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던졌다.

오기가 생겼다. 적지 않은 나이. 어머니가 “장가가라”는 성화도 그칠 정도로 그의 눈빛은 달랐다. 찢겨진 달력이 쌓이고, 어느덧 2009년 11월. 착실히 재활훈련을 이수해 80%까지 공을 던졌지만, 한 겨울 찬 바람 때문에 더 이상은 무리였다. 구단 사정상 ‘나 홀로 전지훈련’을 지원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

결국 12월 초, 결국 박준수는 자비로 사이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침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해제 된 김성태(27)도 따라나섰다. 때로는 투수글러브를, 때로는 포수 미트를 갈아 끼워가며 공을 던졌다. 크리스마스도, 2010년의 새해도, 한여름의 열기를 간직한 그곳에서 맞았다. 그 열정에 김시진 감독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박준수는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싱커 대신에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면서 “중간계투든, 마무리든 보직은 맡겨 주시는 대로다”며 마당쇠를 자청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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