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모기업 매각 착잡하지만… 이상윤 감독의 ‘희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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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이상윤 감독(47)은 ‘희망 전도사’로 불린 적이 있다. 사연은 7년 전 이맘때로 돌아간다. 이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코리아텐더 사령탑이었다. 당시 코리아텐더는 모기업의 부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단 급여가 두 달 동안 지급되지 않아 전형수를 모비스에 트레이드하면서 받은 돈으로 밀린 월급을 해결했다. 선수단 겨울 파카도 없었다. 식재료는 외상으로 구입했고 그나마 변변한 반찬 몇 가지 없이 끼니를 때웠다.

그래도 이 감독은 맏형처럼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팀을 하나로 묶었다. 힘들긴 해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사재를 털어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헝그리 투혼’을 발휘한 코리아텐더는 6강전에서 삼성을 꺾고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 이 감독이 요즘 코리아텐더 시절을 떠올릴 때가 많아졌다. 금호생명이 지난해 말 모그룹의 경영난으로 산업은행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아직 농구단 지원은 평소대로 이뤄져 어려움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긴 해도 불확실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농구단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산업은행의 처분을 기다려야 될 형편이다.

이 감독은 두 시즌 연속 꼴찌였던 금호생명을 2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그는 최근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게 다독거렸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동아스포츠대상 여자농구상을 받은 신정자를 위해 오리 바비큐 송년 모임을 갖고 우애를 다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서 금호생명은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 속에서도 새해 들어 2연승으로 3위를 지켰다.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일찍 은퇴해 삼성전자 영업사원과 농구단 프런트 직원 등 산전수전을 겪은 이 감독은 “힘들수록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여기저기서 희망을 얘기한다. 이상윤 감독에게는 더 절실한 단어가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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