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월드컵 B조 한국 객관적 전력 뒤지지만…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났다. 언제나 그랬듯 ‘죽음의 조’는 탄생했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북한이 속한 G조가 그렇다.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최강팀 중 하나다. 디디에 드로그바가 공격을 주도한다. 콜로 투레는 수비를, 그의 동생 야야는 미드필더다. 세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뛰고 있다. 아프리카 특유의 재능을 타고난 데다 유럽 빅리그 경험까지 쌓았다.

‘축구 황제’ 펠레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가 향후 아프리카 축구가 세계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아공의 정신적 지주인 넬슨 만델라는 ‘이제 때가 왔다’는 뜻의 토착어로 “케 나코”라며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만델라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등 축구를 통해 새로운 국가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진짜 아프리카에 때가 온 것일까. 그 답에 대한 힌트는 아마도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가 맞붙는 내년 6월 20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북한을 만난다. 사실 가소로운 상대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신비의 나라다. 휴전선 저 너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북한의 강력하고 탄탄한 수비라인이 브라질의 공격라인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다른 대륙이지만 같은 언어와 축구 스타일을 구사하는 두 나라의 충돌이다.

브라질의 카카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뛴다. 데쿠(첼시)와 리에드손(스포르팅)은 브라질 태생이지만 국적은 포르투갈이다. 형제에게 칼을 겨눈 형국이다.

현재 전력으로 경기를 치른다면 브라질이 조 1위, 코트디부아르가 2위, 포르투갈이 3위가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늘 강자 편만은 아니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때 축구에 전혀 문외한인 미국이 종주국 잉글랜드를 1-0으로 꺾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도 못하고 보따리를 쌌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대회에서는 준우승했다.

조 추첨을 마친 6일 아스널과 스토크시티의 프리미어리그(아스널 2-0 승)를 관전하러 영국 런던에 들른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이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B조에 속한 것에 대해 “그리 나쁜 대진은 아니다”라고 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그리스에 밀린다.

하지만 비관하기엔 이르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지 못한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게 축구다. 도박사들은 FIFA 랭킹 1위 스페인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컵의 주인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