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대장정… K리그 결산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타플레이어 없는 포항을 컵대회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2관왕에 올려놓은 마법사 파리아스 감독.
스타플레이어 없는 포항을 컵대회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2관왕에 올려놓은 마법사 파리아스 감독.
《K리그가 전북 현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월 개막해 9개월간의 대장정은 다사다난했다.

팬을 기쁘게 하기도 했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K리그 ‘베스트 & 워스트 5’로 한 해를 정리했다.》
환호… ‘실력+매너’ 파리아스 매직 2관왕

■베스트 5
1 ‘스틸러스 웨이’는 K리그의 희망

포항 스틸러스는 올해 초 플레잉 타임(실제 경기 시간)을 5분 늘리고, 깨끗한 경기 매너를 지키며, 심판을 존중하고, 포항 선수로서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스틸러스 웨이’를 선포했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매직’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의 지휘하에 멋진 경기를 선보이며 컵 대회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우뚝 섰다.

2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긍정의 리더십으로 우승 이루다

이동국과 최태욱, 김상식, 에닝요, 루이스, 브라질리아…. 전북의 K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은 ‘버려진 아이들’이다. 최강희 감독은 타 구단에서 밀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 재기의 발판을 놓아 주었다. 전북이 창단 15년 만에 처음 K리그를 제패한 원동력이었다.

3 ‘올드 보이’ 이동국 생애 첫 득점왕으로 부활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뒤 첫 시즌인 1998년 11골을 터뜨려 K리그에 새바람을 몰고 왔던 이동국. 잘생긴 외모에 축구 실력까지 갖춰 스타플레이어로 각광받았지만 득점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뛰지 않는 공격수’라는 불명예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평가절하됐던 그는 올해 21골을 넣어 K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까지 받았다.

4 신생 강원 FC, 지역 마케팅 새바람

올해 출범한 강원 FC는 김원동 사장과 최순호 감독이 일심동체가 돼 스킨십으로 지역민을 끌어안는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즌 성적은 13위에 그쳤지만 관중은 22만6000여 명으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5 초보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 절반의 성공

39세로 K리그 최연소로 사령탑에 오른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시즌 내내 거침없는 언변으로 좌충우돌.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진가는 빛났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플레이오프 6강에서 퇴장당했지만 스탠드에서 ‘무전기 매직’으로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끌었다.
탄식… 사상 처음 스폰서 없이 정규리그

■워스트 5
1 경기침체로 타이틀 스폰서 못 구해

경제 침체가 K리그에도 이어졌다. 시즌 개막까지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포스트시즌에야 챔피언십 타이틀 스폰서를 잡았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타이틀 스폰서를 일찌감치 확보한 것과 극과 극이어서 축구 팬들의 비난은 거셌다.

2 그라운드의 악동 이천수, K리그를 떠나다

이천수는 올 시즌 전남에서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5개월이나 남긴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남에 임대해 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와 이면 계약, 그로 인한 위약금 문제 등이 겹쳤다. 이천수는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 아쉬움을 샀다.

3 때만 되면 불거지는 심판 편파 판정

FC 서울을 떠난 셰놀 귀네슈 감독은 “(축구보다) 차라리 야구나 봐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심판 판정은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열린 성남과 인천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수비수 사샤가 애매하게 퇴장당하는 등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심판 판정이 경기의 흐름을 끊어 비난을 샀다.

4 디펜딩 챔피언 수원 삼성의 몰락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수원 삼성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8승 8무 10패로 10위에 그쳤다. FA컵 우승은 했지만 수원의 부진은 팬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수원의 올 시즌 홈 평균 관중은 지난해(2만2377명)보다 18.8%나 줄었다.

5 대전 시티즌 김호 감독 시즌 도중 불명예 퇴진

2007년 대전 시티즌 사령탑에 오른 김호 감독은 6월 말 구단과의 갈등으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구단 운영을 놓고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사회에서 경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994년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 온 김 감독으로서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이 남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프로축구 감독 말말말

“대화 상대가 바다물고기밖에 없는 것 같다”
―베르날데스 前제주 감독 포항에 대패 뒤


▽“내 아들 같은 선수다.”=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 2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임대돼 수원 삼성에 적응하지 못하던 이천수를 영입하며.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코치로서 이천수와 각별한 사이로 발전. 그러나 이천수는 6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진출해 아버지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셈.

▽“깡통으로 캐딜락을 만드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변병주 대구 FC 감독, 3월 K리그 감독 기자회견에서 주전 선수가 다 빠졌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지만 대구는 5승 8무 15패로 꼴찌. 게다가 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 비리로 7일 구속돼 팀은 초상집 분위기.

▽“대화할 상대가 바다 물고기밖에 없는 것 같다.”=알툴 베르날데스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9월 13일 포항 스틸러스에 1-8로 K리그 최다 점수차 패배를 당한 뒤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실패가 약이 됐다.”=이동국, 6일 전북 현대를 K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거울삼아 올해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다며.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지난달 말 서울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터키로 떠난 셰놀 귀네슈 전 FC 서울 감독, 3년간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게 고마운 반면 K리그 우승컵을 안지 못하고 떠나 아쉬움이 남는다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