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믿음 축구’…전북, K리그 첫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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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우승이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전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3-1로 꺾고 1승 1무로 창단 1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우승이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전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3-1로 꺾고 1승 1무로 창단 1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챔피언 결정 2차전서 성남 3-1로 따돌리고 축배
에닝요 연속골-이동국 쐐기골… “15년만에 쾌거”

3월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라이언 킹’ 이동국은 정규리그 첫 홈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동국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축구하는 건 처음이네요. 감독님을 만난 게 행운입니다.” 이후 이동국은 시즌 내내 뜨거운 활약을 펼치며 20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4월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이날의 주인공은 전북의 ‘총알 탄 사나이’ 최태욱이었다. 최태욱은 성남 일화와의 시즌 첫 대결에서 네 번의 슈팅으로 3골을 뽑아내는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했다. 그는 “감독님이 뒤에 계신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우리 팀은 12명이 뛰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최태욱은 시즌 9골 9도움의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 ‘용병 듀오’ 루이스와 에닝요는 올 시즌 전북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이다. 루이스는 시즌 8골 12도움, 에닝요는 5골 10도움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했다. 이들은 항상 이런 얘기를 한다. “감독님은 우리가 외국 선수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세요. 이런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이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성남을 3-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차전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이날 승리를 거둔 전북은 창단 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올 시즌 화끈한 공격축구로 정상에 선 전북의 중심엔 언제나 최강희 감독이 있었다. 최 감독 축구의 키워드는 ‘믿음’.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선수들을 믿고 힘을 실어 준다. 부진에 빠져 있던 선수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 마법처럼 부활해 ‘재활공장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최 감독은 ‘데이터 축구’로도 유명하다. 경기마다 분석관들을 동원해 꼼꼼하게 경기를 해부한다.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경기를 분석하는 그는 “특기도 축구, 취미도 축구”라고 말한다.

이날 경기 직전 최 감독은 “컨디션을 회복한 에닝요가 중원을 휘저으며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에닝요는 전반 21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첫 골을 뽑더니 전반 39분엔 최태욱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이동국은 후반 27분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격에 나선 성남은 후반 39분 김진용이 뒤늦게 만회골을 뽑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심판이 전북 선수의 핸드볼 반칙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도 그는 “경기 중 두 개의 명백한 오심이 있었다”며 판정 얘기만 몇 마디 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가버렸다.

전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팀워크 결실…주위 도움 감사▼

▽전북 최강희 감독=선수들이 1년 동안 고생한 땀의 대가를 얻어 감격스럽다. 연초에 목표를 4강으로 잡았는데 팀워크가 워낙 좋아 좋은 결실을 봤다. 경기력이나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 이동국의 경우 부활하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국내 선수가 20골을 넣고 득점왕에 오르긴 쉽지 않다. 난 그에게 자신감을 주고 편하게 대했을 뿐이다. 선수를 영입하면 대화를 나누면서 성격과 스타일 등을 파악한다. 주변 환경 때문에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를 보면 안타깝다. 그런 선수들에게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예전부터 주류도 아니었고, 잘난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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