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고백 “이상한 판정? 그냥 짜증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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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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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스포츠동아 DB]
김연아. [스포츠동아 DB]
김연아(19·고려대)는 지쳐 있었지만, 홀가분해 보였다. “쇼트프로그램 웜업 때 너무 ‘발라당’ 넘어졌다”고 말하며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며 눈을 찡긋해 보이기도 했다. 시니어 데뷔 후 세 번째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올림픽 앞에 놓인 관문들을 모두 우승으로 통과했으니 긴장이 풀릴 만도 했다. 하지만 쉽지 만은 않은 길이었다. 김연아는 “역대최고점도 세워봤고, 최악의 프로그램도 해봤고, 판정 문제까지 겪어봤다”면서 “올림픽 전에 여러 가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좀 더 배울 점이 많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고비들 중 최악은 쇼트에서 트리플 토루프에 주어졌던 다운그레이드 판정이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내가 두 눈으로 (문제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끝나고 따로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면서 “키스앤크라이존에서도 리플레이로 랜딩 장면을 봤는데 전혀 이상이 없었다. ‘괜찮겠구나’ 하다 감점이 되니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심리적으로 그 누구보다 강해진 김연아다. 석연찮은 판정 역시 여러 번 이겨내 왔다. “그런 일을 많이 겪었지만 그냥 짜증이 날 뿐 분노하진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게 넘겨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김연아를 힘들게 하는 건 ‘지나친’ 관심과 응원이다. 고양시에서 열렸던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 때 “예상보다 더한 관중의 반응에 놀라서 웜업 후 기권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을 정도니까. “다시는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이) 안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던 역도 선수 장미란의 말에도 “공감한다”고 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때로는 숨고도 싶은, ‘피겨퀸’의 고백이다.

도쿄(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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