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품절남들 “결혼은 무덤? 내겐 축복”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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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후 더 펄펄나는 프로선수들

주변 유혹에 노출된 선수들
결혼통해 안정감-자제력 배워

프로야구 MVP KIA 김상현
“철없을 때 아내속 많이 썩여
오늘의 나 있게한 내조에 감사”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제목의 영화도 꽤 성공을 거뒀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올해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에게 결혼은 무덤도, 미친 짓도 아닌 축복 그 자체다.

만년 유망주에서 KIA의 해결사로 거듭난 김상현(29)이 대표적이다. 27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상현은 인터뷰 때마다 “아내에게 고맙다”란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어떤 날은 “지금 당장 아내에게 달려가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상현은 두 살 연상의 아내 유미현 씨(31)와 2007년 12월 결혼했다. 무명이던 2001년부터 알고 지내다 결혼에 골인했다. 김상현은 요즘도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그는 “어릴 때 철이 없어 아내 속을 참 많이 썩였다. 돈도 못 벌어오면서 펑펑 쓰고 다녔다. 아내가 나 때문에 큰 병에 걸린 적도 있다. 지금은 건강해졌지만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상현은 내년에 아빠가 된다.

최종 7차전까지 간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아닌 SK가 우승했다면 한국시리즈 MVP는 박정권(28)의 차지였을 것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내내 지난해 말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 김은미 씨 이야기를 했다. 박정권은 “홈런 치고 들어와서 좋아하면 아내가 ‘건방 떨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낸다. 스파르타가 따로 없다. 그래도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는 걸 알기에 더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정권도 내년 4월이면 아빠가 된다.

결혼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가장의 책임감이 야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몸 건장하고 나이에 비해 많은 돈을 버는 프로선수들에게는 주변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이들은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제력을 배운다.

한국시리즈에서 눈물겨운 부상 투혼을 보여준 SK 채병용(27)도 “지난해 결혼한 뒤 뭔지 모를 절실함을 느꼈다. 내년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16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필라델피아 박찬호(36)도 두 딸의 아빠가 된 뒤 전에 없이 여유로운 모습이다. 공주고 선배인 손차훈 SK 스카우트는 “찬호가 원래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요즘은 마운드 안팎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부상을 딛고 올해 화려하게 재기한 것도 안정된 가정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결혼 후 더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5월 아나운서 오정연과 결혼한 프로농구 전자랜드 서장훈(35)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경기당 평균 20.6점으로 득점 5위를 달리며 순수 토종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12월 11일 탤런트 김성은과 결혼하는 예비 신랑 정조국(25·프로축구 FC서울)도 부상을 딛고 올해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복귀했다. 평소 ‘유리 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잔부상이 많았던 그는 “김성은 덕분에 부상의 아픔과 재활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박정은(32)도 탤런트 한상진과 결혼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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