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안치홍, 5일동안 방망이 10000번 휘둔 ‘악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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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7시 00분


올스타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역대 최연소 홈런을 쏘아올린 안치홍은 KIA와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한국시리즈 7차전 7회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쥔 채 베이스를 돌고 있다.(사진 아래)스포츠동아DB
올스타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역대 최연소 홈런을 쏘아올린 안치홍은 KIA와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한국시리즈 7차전 7회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쥔 채 베이스를 돌고 있다.(사진 아래)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스가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2009 프로야구의 막이 내렸다. 평생 잊지 못할 명승부로 평가될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홈런을 때린 나지완과 부둥켜 안고 우는 최희섭, 이종범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가운데 19세 안치홍의 기뻐하는 모습도 보인다. 안치홍 없이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까? ‘혹시 KIA가 12년 동안 안치홍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안치홍은 대단했다. 해맑은 미소와 수줍은 표정. 영락없는 신인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큰 야망을 갖고 있는 승부사다. 27일 신인왕 투표에서 결선투표 끝에 두산 이용찬에 밀렸지만 안치홍의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프로 데뷔 첫해 올스타전서 쾅! KS 7차전서도 쾅!

큰경기에서만 두번째… 그가 넘기면 최연소 홈런

KS 사실 엄청 떨었죠, 홈런순간 지금도 꿈만같아

목표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고영민 넘는다!


○5일 동안 타격훈련 1만번

2007년 8월말 당시 서울고 2학년이던 안치홍은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대회에 참가했다. 생애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원정길에 올랐지만 결과는 준우승. 대회기간 슬럼프에 빠져 9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타격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귀국하자마자 숙소에 들어갔고 다음날부터 실로 엄청난 훈련을 실시했다. 새벽훈련부터 오전, 오후 그리고 야간훈련까지 쉬지 않고 타격훈련을 했다. 심지어 11시 취침점호가 끝난 뒤 다른 선수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뒤에도 운동장에 나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너무 성적이 나빴어요. 그런데 결승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안타는 못쳤지만 밸런스가 참 좋다는 생각을 했고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죠. 스윙을 많이 해서 그 느낌을 몸에 익혀두고 싶었습니다.” 그날부터 5일 동안 하루 2000번을 휘둘렀다. 프로타자들도 하루 1000번 스윙이 쉽지 않은데 고교 2학년이 하루 2000번의 타격훈련을 했다는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도 고교시절에는 한차례도 스윙 1000개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손바닥 통증, 그리고 골절

강훈 6일째, 1만번 스윙을 하고난 다음날 아침. 왼손 손바닥에 통증이 왔다. 방망이를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다.‘유구골돌기 골절.’야구선수들의 직업병인데 많은 스윙으로 방망이 끝과 손바닥이 마찰을 하면서 일어나는 병이다. SK의 박재홍이 2004년 KIA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부상이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훈련을 하면서 손바닥이 견디지 못한 것. 처음에는 골절인 줄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50여일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면서 지냈다. 손바닥이 저리고 방망이를 칠 때마다 통증이 있었지만 곰같이 참고 했다. “그 때 다치지 않았으면 열흘에 2만번 스윙을 할 계획이었어요. 정말 하고 싶었고 힘든 줄 몰랐으니까요.”

○승부욕, 우승에 대한 열망

손바닥을 다친 뒤 10월 전국체전에 나갔다. 1,2차전 7타수 무안타. 주사를 맞고 출전했는데도 손바닥이 아파 제대로 타격을 할 수 없었다. 나약해진 자신에게 화가 났다.‘손바닥이 부러져도 이건 아니다.’ 준결승에서 4타수 3안타, 마산고와의 결승에서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서울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골절사실을 처음 확인받고 수술을 했다. “재활기간이 석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석달씩이나 방망이를 놓아요?” 석달이 아니라 3주만에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내년에 3학년인데…,겨울훈련이 가장 중요한데…,우승도 해야 하는데…,프로에도 가야하는데….

○작은 점, 그리고 홈런

한국시리즈 7차전. 3-5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갔다. 상대투수는 카도쿠라.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는데 왼쪽에 작은 점 하나가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방망이가 돌아갔다. 그리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야구하고 그런 느낌,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쳤는지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어요.”그는 큰 경기에 강하다. 올스타전에서 역대 최연소 MVP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신인답지 않게 완벽한 플레이를 했다. “사실 엄청 떨었죠. 근데 경기에 막상 들어가니까 떨림은 없어지고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근우형, 영민이형을 이기고 싶다

안치홍은 초등학교때 포수로 야구에 입문했다. 포수가 좋았다. 5학년때 선배 유격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평생 포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멤버에는 4명의 뛰어난 유격수가 있었다. 광주일고 허경민(두산), 경북고 김상수(삼성), 경기고 오지환(LG), 서울고 안치홍(KIA). 세계청소년대회 우승당시 유격수는 허경민. 안치홍은 2루, 오지환은 1루, 김상수는 3루를 지켰다. 생애 처음 2루를 하면서 안치홍은 ‘다들 유격수 수비가 좋구나, 어쩌면 2루가 내 자리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KIA에서 1년 동안 2루수로 뛰면서 안치홍은 바뀐 환경에 잘 적응했다. 아직 핸들링이 딱딱한 감은 있지만 김동재 수비코치는 “영리하다. 한국시리즈 때 안치홍의 수비는 빈틈이 없었다”고 칭찬했다. 이제 안치홍의 목표는 국가대표 2루수다. 2루에는 공수주 3박자를 갖춘 SK 정근우와 두산 고영민이 올림픽과 WBC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안치홍이 과연 정근우와 고영민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최연소홈런, 최고령 홈런, 그리고 30-30


안치홍은 올해 올스타전에서 최연소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최연소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 솔로홈런 역시 최연소 한국시리즈 홈런이다. 안치홍에게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최고령 홈런타자”였다. “삼성의 양준혁 선배보다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 내년에는 20홈런-20도루가 목표,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은 30홈런-30도루라고 이야기 한다. 가장 강한 공격력을 갖춘 2루수가 안치홍의 꿈이다. 안치홍이 스스로 매긴 올해 자신의 타격점수는 40점이다. 후반기 내내 쩔쩔매며 투수들에게 끌려다녔고 타격부진 탓에 100m를 11초대에 뛰는 빠른 발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한다. 2010년 안치홍은 어떤 모습일까?

○체질개선과 스트레칭

안치홍은 몸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경기를 마치면 하체 근육이 딱딱해지면서 피로회복에 애를 먹은 적도 많았다. 부상을 당할 뻔한 위기도 여러번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8월초 안치홍은 자신의 몸무게가 90kg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보다 무려 8kg이나 살이 찐 것. 경기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뒤 곧바로 잠을 잔 게 원인이었다. 몸관리를 못하면 그리고 체질개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선수로 장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안치홍은 경기후 저녁을 먹지 않는다. 가볍게 과일을 섭취한 뒤 잠자리에 든다. 누구보다 육식을 좋아했지만 몸을 생각해 육식도 대폭 줄였다. 또 스트레칭 시간을 대폭 늘려 유연성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치홍은 1년사이에 참 많이 달라졌다. 1년만에 진짜 프로가 된 느낌이다. 프로에 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한다. “1년 동안은 코치님들이 하라고 하는 것을 했지만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 것 같습니다.” 성실함과 대범함, 그리고 강한 승부욕을 갖춘 안치홍이 있어 한국프로야구의 미래가 밝아지는 기분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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