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 “SK에 두 번 졌잖아 이젠 이겨야지, 꼭”

  • 입력 2009년 10월 5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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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등 엔트리 제외 신경 안 써

“선수들이 알아서 해줄 것” 강한 믿음

“선수들이 알아서 해 줄 거야. 내가 굳이 무슨 말을 안 해도….”

SK와 ‘리벤지 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느껴졌다. “이제 고작 준플레이오프를 마쳤는데,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한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4일 오전 비행기편을 통해 부산에서 상경한 김 감독은 오후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SK와의 결전을 앞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선수단 역시 이날 휴식을 취했고, 두산은 5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를 앞둔 훈련에 들어간다.

김 감독은 SK 김성근 감독이 김광현은 물론 송은범 전병두까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병두의 탈락에 대해서 “어디 아픈가보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 뒤 “SK는 우리 리그에서 투수력이나 공격력 등 전반적인 짜임새에서 최고의 팀”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나도 두 번이나 졌고. 이제 이겨야지, 무조건. SK인데…”라며 전의를 숨기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니코스키가 플레이오프 명단에 빠진 걸 떠올리며 “선발이 없으니까 짧게 짧게 끊어 가겠다”는 그의 말은 차분했지만 뚜렷한 지향점을 느끼게 했다.

이번엔 한국시리즈가 아닌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지만, SK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에게 좌절을 안겼던 팀. 그가 누누이 “죽어도 다시 준우승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것도,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SK가 세 번 연속 우승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롯데와의 준PO 4차전이 끝난 뒤, 코치들과 숙소 앞에서 간단하게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SK와 맞붙는 플레이오프를 앞둔 각오가 어떤지 이미 다 마음으로 통하고 있어서였다.

김 감독은 “나도 두 번이나 졌는데, 당연히 이기고 싶고…”라면서 “선수들도 지기 싫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시즌 내내, ‘두산 선수들은 SK만 만나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선수들 역시 SK에 느끼는 감정이 다른 팀과는 사뭇 다르다.

김 감독은 전화 인터뷰 도중 수차례 “선수들이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냉정하게 인정하는 리그 최고의 팀, SK와 맞붙는 그의 믿을 구석은 품 안에 있는 자식들이었다. “내가 있잖아”라는 김성근 감독의 말과는 상반되는 태도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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