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도 없이 실책으로 무너지다니” 뿔난 롯데팬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코멘트
“롯데야, 조상님 뵈러 성묘도 못 갔다.”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 세계 최고의 야구팬임을 자부하는 부산 갈매기들의 구호다. 롯데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역전패한 3일 부산은 상심의 바다에 잠겼다. 부산=연합뉴스
“롯데야, 조상님 뵈러 성묘도 못 갔다.”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 세계 최고의 야구팬임을 자부하는 부산 갈매기들의 구호다. 롯데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역전패한 3일 부산은 상심의 바다에 잠겼다. 부산=연합뉴스
“차라리 4강 올라오지나 말지”
4차전 예매표 무더기 취소도

“1승 3패,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도 해선 안 될 경기 운영으로 전력의 100%는커녕 50%도 못 써보고 허무하게 진 게 너무 억울합니다.”(ID hiroring)

“3연패를 했어도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면 팬들은 박수를 쳤을 겁니다. 차라리 준플레이오프 탈락한 것만도 못한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ID princ21)

롯데 팬들이 뿔났다. 3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에 5-9로 지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아 상실감이 더 크다. 4일 롯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실망한 팬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1차전을 7-2로 이기고 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이날 4타수 4안타를 때린 롯데 주장 조성환은 “지난해에는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올해는 준비를 많이 했다.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는 2차전을 0-6으로 내주면서 경험이 부족한 팀으로 되돌아갔다.

가장 큰 문제는 실책이었다. 2001년부터 7년 동안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던 롯데와 2004년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3차례의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4번이나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두산의 명암이 명확하게 갈렸다. 1, 2차전에서 각각 외야수 김주찬이 실책 1개를 했던 롯데는 하필 홈인 사직구장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3개씩 실책을 하며 주저앉았다.

두산은 3차전에서 2회 김주찬과 투수 송승준의 실책을 발판으로 삼아 대량 득점(6점)에 성공했고, 4차전에서도 3-1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을 더듬은 2루수 조성환의 실책 덕분에 용덕한의 3타점 2루타 등으로 4점을 더 뽑아낼 수 있었다. 반면 두산은 4경기에서 한 개의 실책도 하지 않았다. 롯데 이대호가 4차전에서 5-9로 뒤진 8회 선두 타자로 나와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히는 타구를 날리고도 두산 중견수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의 중계 플레이로 2루에서 태그아웃된 것은 허술한 롯데의 주루 플레이와 빈틈없는 두산의 수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3차전 롯데의 참담한 패배는 관중 동원에도 바로 영향을 끼쳤다. 4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은 2만6857명의 관중이 찾았지만 만석인 2만8500석을 채우지는 못했다. 3차전 직후 1500장이나 되는 예매표가 취소됐고 인터넷을 통한 재판매에서도 다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이어오던 포스트시즌 연속 매진 행진도 15경기에서 멈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