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닮은 홍명보의 리더십

  • 입력 2009년 10월 4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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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미국과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둔 뒤 선수들을 껴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홍 감독의 맏형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는 한국은 6일 오전 3시 파라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연합뉴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미국과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둔 뒤 선수들을 껴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홍 감독의 맏형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는 한국은 6일 오전 3시 파라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연합뉴스
'죽음의 C조'를 뚫었다. 이제 파라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 3일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첫 경기인 카메룬 전에서 0-2로 졌지만 강적 독일과 1-1로 비기며 전열을 정비했다. 그리고 이날 미국 전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상대를 압도하며 당당하게 16강에 올라 6일 오전 3시 파라과이와 8강행을 다투게 됐다.

●히딩크와 닮은 꼴 리더십

한국이 좋은 성적으로 16강행을 이뤄낸 밑바탕에는 홍명보 감독(41)의 리더십이 있다. 홍 감독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처음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았을 때 주위에선 기대보다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2005년 성인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한 그였지만 '초보 사령탑'에 대한 불신은 지워지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 스타플레이어라는 명예는 오히려 '스타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주변 여건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 기성용(20·FC 서울)이 논란 끝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훈련 기간도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내실을 다졌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박성화 감독 등 명장들을 보좌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히딩크 리더십'은 홍 감독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홍 감독은 히딩크처럼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훈련장에선 엄한 선배였지만 훈련장 밖에선 형님처럼 먼저 다가서려 노력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어린 선수들이 차츰 그에게 다가왔다. 소통을 통해 얻어진 두터운 믿음은 카메룬 전 패배 뒤 선수들을 오뚝이처럼 일어서게 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 만들기 역시 히딩크와 홍 감독의 공통 코드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에서 피지컬 트레이너를 영입하는 등 체력 훈련에 중점을 뒀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과 최근 컨디션을 우선시한 점도 홍 감독은 히딩크와 닮았다.

●여우같은 전략…파라과이에도 통할까

홍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초보답지 않은 노련한 전술 운용으로 놀라움을 줬다. 독일과 2차전을 앞두고 베스트 11에서 5명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둔 게 대표적인 예. 상대에 맞는 맞춤형 전략과 과감한 선수 기용은 경기 때마다 빛을 봤다.

홍명보 호의 다음 상대는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 파라과이는 A조에서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이집트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개인기와 감각적인 슈팅 능력을 갖춘 최전방 공격수 페데이코 산탄데르(18)는 1호 경계 대상이다. 한국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파라과이와 두 번 붙어 모두 진 아픈 기억이 있다.

홍 감독은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팔색조 전략'으로 파라과이를 넘어 8강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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