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 허정무가 골키퍼 장갑을 낀 까닭

  • 입력 2009년 9월 3일 09시 18분


해외파 10명으로 반쪽 훈련을 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허정무 대표팀이 감독이 직접 골키퍼 장갑을 끼고 수문장으로 나선 것.

허 감독은 2일 오전 11시부터 파주NFC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중 5대5 미니게임에서 골키퍼를 자청했다. 다른 한쪽 골대에는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자리했다.

올해 54세로 쌍둥이 손녀를 둔 할아버지 허 감독은 골키퍼 출신은 아니지만 몸을 날려 여러 차례 선방하는 신들린 몸놀림을 과시했다. 팔, 다리, 주먹까지 온 몸을 던졌다. 때로는 그라운드에 넘어지면서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또한 같은 팀으로 뛴 선수들에게 “안 되면 볼 골키퍼 줘”, “수비 더 적극적으로 해” 등 큰 소리로 지시하며 제대로 골키퍼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감독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냉정했다. 허 감독이 지키는 골문을 향해 강한 슈팅을 연속 퍼부었다. 박주영은 허감독이 강한 슈팅을 2-3차례 연속적으로 막아내자 “와, 다 막으셔”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허 감독은 김남일이 로빙슛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남일이 날 너무 우습게 본다”며 뼈있는 농담도 던졌다.

2번의 미니게임에서 허 감독이 수문장을 본 팀은 1무1패를 거뒀다. 허 감독은 같은 팀으로 뛴 이영표에게 “영표한테만 4골 먹었어”라고 자책골을 무려 4번이나 기록한 이영표에게 한마디하며 장갑을 벗었다.

허 감독은 “옛날에는 잘 했었는데 역시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며 웃었다.

허 감독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지만,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 때문인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파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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