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못져” 총칼없는 전쟁 ‘더비’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1968년 아르헨티나의 리베르 플라테와 보카 주니어스 간의 축구 경기. 남미 최고의 라이벌전인 이날 경기 뒤 양 팀 서포터스 사이에 생긴 사소한 충돌이 대형 사고로 이어져 스탠드가 무너지며 74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2004년 이탈리아 수도 로마를 연고지로 사용하는 라치오와 AS 로마의 경기. 후반 4분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장 밖에서 팬 한 명이 경찰에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경기장 안은 난장판이 됐다. 양 팀 서포터스들은 그라운드에 난입해 경기를 취소시켰다.》

‘축구는 총칼을 들지 않은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더비(Derby)’라 불리는 라이벌 간 경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더비’란 같은 도시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끼리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말. 19세기 중반 영국의 소도시 더비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에 성베드로(St Peters) 팀과 올세인트(All Saints) 팀이 치열한 축구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됐다. 최근에는 연고가 다른 라이벌전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는 유명한 더비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 스페인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인 두 팀이 맞붙는다는 상징성 외에 오랜 지역감정의 역사가 있기에 더욱 치열하다.

종교 문제가 더비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셀틱과 레인저스의 글래스고 더비. 스코틀랜드 본토인이 믿는 개신교도(레인저스)와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이 믿는 가톨릭교도(셀틱) 간의 대리전으로 경기 때마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속출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아스널과 첼시의 런던 더비,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 밀란과 AC 밀란 간 밀란 더비도 유명하다. 터키의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이스탄불 더비는 선수들 간에 패싸움이 종종 벌어질 정도로 치열하다.

국내 프로축구에도 더비가 있다. 수도권에 연고를 둔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는 수도권 더비 또는 지하철 1호선 더비로 불린다. 전남 드래곤즈와 전북 현대 간의 호남 더비도 축구팬들의 관심을 끈다.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 더비는 팬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구단에는 다른 경기보다 관중이 배 이상 들어 이익을 창출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한 프로축구단 관계자는 “더비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위상은 다르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프로리그는 어떤 연관성을 만들어서라도 더비를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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