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공 구하기 소동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워터해저드 빠져 모두 분실

갤러리에 겨우 빌려 실격면해

김하늘(21·엘로드·사진)은 16번홀(파4)에서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워터해저드에 빠지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캐디 백에 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29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에 출전하면서 평소대로 가방에 공을 4개만 넣었다. 하지만 4번홀(파4)에서 OB를 낸 뒤 샷이 흔들리더니 12, 15번홀(이상 파4)에서 잇달아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뜨린 것이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선수는 ‘원 볼 룰’에 따라 티오프 전에 신고한 공과 동일한 업체의 동일한 모델을 18홀 내내 써야 한다. 다만 클럽과 달리 공은 동반자나 갤러리로부터 빌려 쓸 수 있다. 고충남 KLPGA 경기위원장은 “만약 다른 공을 쓰게 되면 홀당 2벌타씩 받고 세 번째 홀에서는 실격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다급한 처지가 된 김하늘은 자신이 이날 사용한 2007년형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 공을 찾느라 진땀을 흘렸다. 같은 조였던 서희경과 유소연, 자신의 바로 앞 조였던 안선주, 김보경, 최혜용은 모두 다른 공을 쓰고 있었다. 한 갤러리가 비슷한 공을 전달했으나 이번에는 ‘연식’이 달라 쓸 수 없었다. 이때 골프선수 지망생인 딸과 함께 관전을 온 박동수 씨(42)가 딸의 퍼트 연습을 위해 갖고 왔던 볼을 건넸다. 닳고 닳은 공 5개 가운데 딱 하나가 김하늘의 공과 일치했던 것이다.

경기위원의 사용 허락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린 김하늘은 다행히 남은 홀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이날 스코어는 7오버파 79타(공동 89위)에 그쳤다. 지난해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는 고사하고 실격의 수모를 간신히 모면한 순간이었다.

지난주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9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른 유소연(하이마트)은 공동 3위(4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공동 선두 김해림, 문수영(이상 5언더파)과는 1타 차. 시즌 3승째를 노리는 서희경은 공동 50위(3오버파)로 부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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