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황제 메시 “전설은 계속된다”

  • 입력 2009년 5월 29일 08시 07분


선한 눈을 가진 약관의 22세 청년이 세계를 제패했다. 한 때 축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했기에 더욱 값진 승리.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2·FC바르셀로나) 이야기다.

메시는 28일(한국시간) 2008-200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높이 솟구쳐 헤딩으로 연결, 상대 골문을 갈랐다. 올 시즌 정규리그 23골(득점 4위)과 FA컵인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에서 6골을 터뜨리며 팀의 ‘더블’을 이끈 메시에게는 화룡점정의 순간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맨유를 2-0으로 꺾고 프리메라리가와 국왕컵 우승에 이어 스페인 축구 사상 첫 트레블(리그, FA컵, 챔스리그 3관왕) 신화를 달성했다. 메시는 이번 대회 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의 최고 지존 대결에서도 웃었다. 메시의 바르셀로나는 2007-2008시즌 챔스리그 준결승에서 맨유를 만나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메시는 라이벌 호날두가 챔스리그 우승과 함께 득점왕에 오른 뒤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등 최고 선수상 6개를 싹쓸이하는 모습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다. 딱 1년 만에 트레블과 챔스리그 득점왕으로 그 때의 아픔을 오롯이 되갚아 준 셈이다.

메시는 1987년 6월 24일 아르헨티나 산타페 주 로사리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11세 때 성장호르몬 결핍이라는 희귀병으로 더 이상 키가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천문학적인 치료비에 축구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즈음, 그의 재능을 알아 본 FC바르셀로나가 전액 치료비를 부담키로 하고 스카우트했다. 자칫 이 세상에 없어질 뻔했던 ‘축구천재’가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3년 간 매일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이후 매달 1cm씩 자라 그의 키는 현재 169cm다.

폭발적인 스피드, 넓은 시야, 한 박자 빠른 슈팅, 현란한 드리블, 완벽한 균형 감각. 키가 다소 작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거인’의 탄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2007년 4월 18일 스페인 코파 델레이에서는 헤타페를 상대로 과거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수비수 5명을 제치고 성공시킨 득점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 ‘마라도나가 재림했다’는 평을 들었다.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역시 유일한 후계자로 메시를 점찍은 바 있다.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2005년 FIFA 청소년 월드컵 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까지. 메시가 정복하지 못한 산은 이제 월드컵뿐이다. 22세에 불과한 이 청년이 내년 남아공에서 벌어질 월드컵에서 또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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