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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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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나란히 선 그들의 미소가 밝기만 했다. 마치 친형제처럼 다정하게 보였다.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30·KT)와 샛별 이대명(21·한국체대). 이들은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뮌헨 월드컵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졌다. 본선에서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586점을 쏜 뒤 결선에서 진종오가 103.4점을 보태 합계 689.4점으로 우승했다. 이대명은 100.7점을 기록해 그 뒤를 쫓았다.
한국 사격이 월드컵에서 1, 2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특히 뮌헨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총잡이들만이 출전하는 무대로 올해 이 종목에는 46개국에서 94명이 우승을 다퉜다. 차영철 대표팀 코치는 “시상식에서 같은 국기가 올라가는 것은 권총에서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들이 자주 연출하던 장면이었다.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진종오와 이대명은 우정 어린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는 올해 들어서도 ‘달인’이라는 평가까지 들을 만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창원 월드컵에서는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20년 만에 세계 기록(594점)을 세웠다.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부쩍 성장해 어느덧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이대명이 자극제가 됐다. 진종오는 “대명이가 쫓아오니까 나에게도 경쟁자가 생긴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고마워했다.
이대명은 존경하는 진종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취미까지 따라할 정도. 사진 찍기를 즐기는 진종오를 좇아 카메라를 구입하기도 했다. 조만간 낚시터에도 같이 다닐 계획이다. 이대명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멀게만 느꼈던 종오 형과도 멋지게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