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김상현 “희섭이 형 거르면 피가 거꾸로”

  • 입력 2009년 5월 9일 08시 07분


“난 만만해?” 발끈…홈런 응징

김상현(29·사진)은 지난달 19일 친정 KIA로 트레이드된 후 경기장에서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훈련에 땀을 쏟았다. 친정팀이지만 7년 만의 복귀로 낯선 얼굴이 더 많았던 탓이었을까?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상처 입은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독기가 숨겨져 있었다.

트레이드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7일까지 김상현은 만루홈런 3방을 쏘아 올렸다. 타점은 최희섭(22개)에 이어 팀내 2위인 17개를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8일 롯데전을 앞두고 김상현은 만루홈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다 희섭이 형 덕분이다. 앞 타자가 워낙 잘 치니까 찬스가 많이 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환하게 웃으며 “희섭이 형이 차려놓은 밥상을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을 뿐이다”라고 영화배우들의 수상소감을 흉내 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희섭이형이 정말 잘 친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 투수들이 볼넷으로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타석에서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나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선수로 여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상대 투수들이 최희섭을 거르고 자신과 상대하려 할 때마다 김상현은 ‘이 순간 만큼은 꼭 쳐야한다. 그래야 팀도 승리할 수 있다’며 이를 악물었다.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훈련하는 최희섭에, 타석에 나설 때마다 혼신을 다하는 김상현까지. 요즘 달라진 KIA의 모습이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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