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MVP 등극 추승균, 12년 한결 ‘소리없이 강한 남자’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KCC 추승균(35·사진)은 “경기가 끝나면 냉동 포장 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연일 쉴 새 없이 뛰다 보니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통증을 잊으려면 발목과 무릎에 온통 얼음찜질을 해야만 한다.

정상을 향해 세월을 뛰어 넘는 열정을 보인 추승균.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처럼 묵묵히 궂은일을 하느라 상복도 없던 그였지만 역대 최고령(34세5개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면서 뒤늦게 꽃을 활짝 피웠다. 이런 큰 상은 프로 입문 12시즌 만에 처음이다. 수상 소식에 추승균은 “지난 세월이 머릿속에 떠올라 울컥했다.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이런 날도 온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며 눈물을 쏟았다. 허재 감독은 “승균이는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선수다. 그 나이면 정말 힘든데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승진은 “승균이 형은 소리 있게 강하다. 진정한 리더다”고 말했다.

1997∼1998시즌 프로에 데뷔한 추승균은 줄곧 한 팀에서 뛰고 있는 국내 프로농구에서 흔치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동안 이상민 조성원의 그늘에 가렸고 2007년 KCC로 이적해온 동갑내기 서장훈의 뒤에 묻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서장훈이 떠난 뒤 팀 내 리더 역할을 해내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고비에서 터뜨리는 결정적인 외곽 슛과 끈질긴 수비가 트레이드마크다.

전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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