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남매 “동반 우승 하하하!”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올 시즌 남녀 프로농구는 ‘하하 남매’의 천하가 됐다. 하은주(27·203cm)가 3월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을 3연패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뒤 한 달여 만에 동생 하승진(25·222cm)이 뒤를 이었다. 6차전까지 계속 경기장을 찾았던 하은주는 정작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은 현장에 없었다. 마지막 경기라 도저히 직접 볼 용기가 안 났기 때문이었다.

키 204cm인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 하동기 씨(49) 밑에서 이들 남매는 타고난 신체조건에 운명처럼 농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하은주는 중학교 시절 무릎을 다쳐 운동을 그만뒀다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까지 했다. 하승진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미국 프로농구 진출의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미국에 건너갔으나 어린 나이에 쓰라린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은주는 2006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신한은행에 입단했다. 하승진도 잠시 꿈을 접은 채 2008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KCC에 뽑혔다.

어렵게 돌아온 국내 성인무대였지만 이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202cm 하은주는 신한은행 입단 첫해부터 3년 연속 우승 반지를 끼었다. 하승진은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다 진화를 거듭하며 골밑의 제왕으로 떠오른 끝에 아버지가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역시 누나처럼 데뷔 시즌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하은주는 “승진이가 누나는 우승 복이 많다고 늘 부러워했다. 함께 우승하자고 약속했는데 오늘 바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전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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