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 분노는 루니의 힘!

  • 입력 2009년 4월 9일 08시 18분


맨유 악동, 이 남자가 사는 법

“그 누구든 날 바꾸려 들지 마라. 난 계속 미친 선수로 남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는 웨인 루니의 닉네임은 ‘슈퍼맨’, ‘원 맨 쇼’, ‘지단보다 루니가 낫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두가 그의 탁월한 기량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경기 중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

고 곧잘 흥분하며 그 분노를 경기장에 폭발시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데뷔 초부터 악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루니의 악행이 종종 레드카드로까지 이어져 본인은 물론, 팀과 동료에게 해악을 끼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에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풀럼FC에게 0-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지자 신경질적으로 볼을 던져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레드카드를 받고 잔뜩 불만에 찬 얼굴로 피치를 걸어나오며

코너 플랙을 주먹으로 친 대가로 루니는 한 경기 출전정지까지 추가로 받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당시 주심이 그 상황을 보지 못해 경기 보고서에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비디오 판독을 통해 루니의 일탈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됐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루니가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 나설 수 없음을 알려왔다. 풀럼에게 예상치 못한 참담한 패배를 당한 뒤 리버풀

에 거센 추격을 허용한 맨유 입장에서 프리미어리그 선두 경쟁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었던 애스턴 빌라와의 중요한 일전에 루니마저 기용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퍼거슨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퍼거슨은 경기 후 평소 습관처럼 해왔던 스카이 TV와의 인터뷰도 거부할 만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다혈질의 ‘스코티시 매니저’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선수들에게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퍼거슨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차분했다. 특히 순간 반사적으로 공을 손으

로 쳐내 레드카드를 받았던 폴 스콜스에 비해 불필요한 레드카드를 자초한 루니에 대해서도 예상 밖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퍼거슨은 오히려 “루니는 프리킥을 차게 될 지점에 공을 보냈을 뿐이며 공이 심판을 향하지도 않았다”고 변호하고 나섰다. 물론 루니가 ‘공으로 주심을 맞히려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됐지만 ‘프리킥 지점에 공을 던져 돌려 보냈을 뿐’이란 주장은 공이 프리킥 지점을 훨씬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게 던

져진 탓에, 비 스포츠맨십 행위라는 점에서 반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이 루니를 감싸는 것은 루니의 행동이 경기결과에 상관이 없는 패배 직전(89분)의 좌절감과 다급함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루니가 피치에서 폭발시키는 파괴력이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불같은 성질에 있다는 점을 잘 아는 퍼거슨이 그의 이런 정신

을 높이 사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경고에도 불구, “앞으로 이런 성질을 좋은 쪽으로 그라운드에서 뿜어내겠다”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루니는 “난 계속 미친 놈으로 남겠다”며 “이러한 성질이 그라운드에서 내가 보이는 폭발적인 경기력의 근원이 되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나만의 축구하는 방식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가끔 나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난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성이 내 경기의 일부였고, 바로 그런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오늘날의 루니를 있게 했다. 그런 것을 없애 버린다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될

것이다. 솔직히 난 그것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루니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2008년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루니는 이와 함께 “맨유의 5관왕 달성은 물론이고 내년 열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루니는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이제 잉글랜드도 세계를 평정할 때가 됐

다고 자신했다. 사실 루니는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가 그 동안 월드컵에서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주변의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잉글랜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월드컵에서 능력에 비해 성과가 신통치 않았을 뿐이며 이제 지

속됐던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카펠로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위기에서 시작해 맨유의 절대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퍼거슨은 항상 그라운드의 악동을 기용하며 그들이 경기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매니저였다. 유명했던 맨유 악동의 계보는 ‘반항자’ 에릭 칸토나, 로이 킨을 거쳐 이제는 루니가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영국 유력 일간

지 가디언의 대니얼 테일러는 루니를 가리켜 ‘아기의 얼굴을 한 암살자 같은 플레이어’라며 퍼거슨의 안목을 극찬한 바 있다.

“펠레 시대 이후로 경기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는 루니뿐”이라는 전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스벤 외란 에릭손 감독의 말마따나 루니는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경지에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그런 그의 힘의 원천인 활화산 같은 성질이 8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FC포르투와

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1골-1도움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게 한 것이다. 팬들이 그라운드를 날뛰는 미친 선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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