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WBC코치 “아들요? 아직은…더 여물어야죠”

  • 입력 2009년 3월 27일 18시 08분


“우리 아들 성곤이요? 아직은…더 여물어야죠.”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한국 야구계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이순철(48) WBC대표팀 코치의 눈에는 아직 아들의 기량이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아들 이성곤(3학년.경기고)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내내 지적만 할 뿐, 칭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경기고와 동산고의 경기.

3루 관중석에는 낯익은 한 사람이 유심 있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LG 트윈스 감독과 히어로즈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이순철 WBC 코치였다. 그는 지난 24일 막을 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야구대표팀 타격코치로 활약하며 26일 새벽 금의환향했다. 장시간의 비행 탓에 채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그는 올해 첫 전국대회에 출전한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피곤을 감수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 코치는 아들의 기량을 묻는 질문에 “날이 갈수록 신체조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기본기와 경기 응용 능력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코치는 대학시절 유격수로, 입단 첫 해 3루수로, 그리고 프로생활의 대부분을 중견수로 뛰며 5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타이거즈의 마지막 신인왕(1985년)이기도 한 이 코치는 유격수를 맡고 있는 아들과 수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웃으며) 수비센스는 나를 닮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껏 고쳐지지 않고 있는 송구동작 시 손목을 이용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 점을 자주 지적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코치는 “내가 바라보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이 깨달아야 한다. 대형선수로 자라기 위해서는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아들이 우투좌타가 된 비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오른손잡이인 성곤이는 의도적으로 좌타자가 된 것이 아니다. 집에서 TV 야구중계를 보면서 동시에 타격 연습을 병행했는데, TV 위치 때문에 지금까지도 좌타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구리 연습경기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아들의 몸상태를 염려한 이 코치는 “자신이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니 다치지 않고, 좋은 선수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 코치는 WBC 준우승이란 쾌거를 이룬 한국 대표팀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강한 자신감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답게 하이클래스 기량을 선보여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속해서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투수들의 특급 변화구에 대한 대응력이 중요하다”면서 “김태균이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다른 선수들보다 변화구에 잘 대처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이 코치는 “더 많은 경기장이 필요하고 유망주 육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일본야구와 같은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더 강한 한국야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동반돼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하정탁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

[화보] 동산고와 경기고의 긴박한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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