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또 한건 “새 일본킬러 떴다”

말 그대로 자존심을 건 총력전이었다. 승리한 한국도, 패한 일본도 최고의 투수들을 총투입하며 9회말까지 사투를 벌였다. 한국이 오뚝이 같은 뚝심과 저력을 보여줬다면 일본은 1차전처럼 낙승을 기대하고 도쿄돔을 찾은 홈팬들에게 3년 전 이승엽에게 당했던 것처럼 또 한번 쇼크를 안겨준 꼴이었다.

○김태균, 새로운 ‘일본 킬러’의 등장

이날 유일한 득점은 4회초 한국 공격에서 나왔다. 3회까지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삼진 3개를 포함해 퍼펙트로 꽁꽁 묶인 한국은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을 골라나가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2번타자 정근우가 첫 안타를 뽑아내자 더욱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믿었던 3번타자 김현수가 3구 삼진을 당해 탄성이 일었던 순간도 잠시. 7일 1차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2점홈런으로 두들겼던 4번타자 김태균의 방망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쾌하게 돌았다. 초구 몸쪽으로 바짝 붙은 역회전볼을 커트해낸 김태균은 2구째에 역시 몸쪽으로 낮게 날아든 시속 145km짜리 역회전볼을 통타, 3루수 무라타 슈이치의 다이빙 캐치를 뚫는 강습 안타를 뽑아냈다. 2루주자 이종욱은 여유 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아쉬운 주루사

그러나 한국은 좀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수차례 맞고도 번번이 주루 미스로 땅을 쳤다. 당장 4회초 김태균의 적시타 때 1루주자였던 정근우는 2루를 돌아 무리하게 3루까지 달리다 비명횡사했다. 일본 좌익수 아오키 노리치카는 선상으로 붙어 수비하고 있었다. 정근우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어진 4회초 2사 1·2루서도 2루주자 김태균은 이용규 타석에서 느린 발을 의식해 무리하게 스킵(skip) 동작을 유지하다 포수 조지마 겐지의 정확한 2루 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또 7회초 무사 2·3루 황금 찬스에서도 이대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 김현수가 홈에서 아웃되는 사이 2루주자 김태균은 3루에 안착해야 했지만 스타트가 늦어 또 죽었다. 주루는 1차적으로 본인의 판단이지만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주루코치의 지시에 충실해야 한다. 8일 중국전 5회말 박경완이 정근우의 우전안타 때 3루를 돌다 저지하는 류중일 주루코치와 부딪혀 결국 어이없이 아웃된 장면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대회 한국은 유독 주루 플레이에서 취약한 장면을 자주 보이고 있다. 2라운드를 대비하면서는 주루코치와의 호흡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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