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에 대한 ‘전폭지지’는 왜?
박경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노련한 볼배합을 구사하는 포수로 꼽힌다. 김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정신이 없고 겁이 날 땐 박경완을 믿어라’라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김 감독은 WBC가 다른 차원의 무대라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같은 미국대표팀을 상대하더라도 마이너리거들이 출전하는 올림픽과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WBC는 다르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자칫 어린 투수들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 감독은 “포수 사인대로 던지지 않으면 투수 스스로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포수가 리드를 잘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경완 “WBC용 볼배합 구상 중”
역시 노련한 포수다웠다. 박경완은 “나도 이미 투구수 제한을 의식하고 있다. 빠른 승부를 위해 맞혀 잡는 쪽으로 많이 유도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평소 스타일과는 다르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승부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타자의 컨디션이나 스윙 상태가 투수보다 압도적으로 좋을 경우, 만루에서도 직접적인 승부를 피할 수도 있다. 그게 실점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WBC를 대비해 평소와 다른 볼배합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는 실점을 피해 돌아가는 방식을 취하겠다. 매번 조금씩 다른 볼배합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미리 설명한 대로 이미 ‘비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몸쪽 승부를 많이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래도 타자가 방망이를 낼 확률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제구만 잘 되면 빗맞은 타구를 양산할 수 있다. 또 상대를 위축시키는 데도 유용하다. 노련한 박경완이 상황에 따라 볼배합을 다르게 하면 상대 전력분석팀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하와이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화보]승리를 향해 구슬땀 흘리는 WBC 대표팀 훈련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