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IN&OUT]‘포스트 매덕스’ ML 통틀어 3명뿐!

  • 입력 2009년 2월 3일 08시 31분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22년간의 화려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그렉 매덕스는 ‘컨트롤의 마법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마치 붓으로 다양하게 채색하는 듯한 ‘아트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는 통산 5008.1이닝을 소화하며 단 999개의 볼넷만 허용, 9이닝당 1.8볼넷이라는 환상적 수치를 자랑했다. 그나마 177개의 고의4구를 제외하면 이 수치는 1.48개로 떨어진다.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안타 허용이 높다면 진정한 컨트롤의 대가라 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서도 매덕스는 통산 4726개의 안타로 9이닝당 8.49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22년 통산 WHIP(이닝당 허용 4구+안타)도 1.14라는 훌륭한 수치가 나온다.

그가 데뷔한 1987년부터 마지막 해인 2008년까지 내셔널리그 9이닝당 평균 볼넷 허용은 3.36개에 달한다. 역시 같은 기간 리그 9이닝당 평균 안타 허용수도 8.95였다.

그럼 홈런 허용은 어떨까? 매덕스의 통산 피홈런은 353개로 9이닝당 0.63개에 불과하다. 이 역시 그가 뛰던 기간을 놓고 보면 어떤 해의 평균 허용치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스테로이드 시대’로 불리는 98년부터 리그 평균 경기당 홈런 허용은 1.0개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진정한 컨트롤 투수에게 탈삼진의 수는 그리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커트 실링이나 조시 베켓과 같이 95마일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강력함이 결여됐지만 순수하게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으로 자유자재로 투구하면서 범타를 유도하고, 장타를 피하며, 그런 와중에 정면 승부를 하면서도 안타 허용이 적었던 컨트롤 투수였다.

○매덕스의 후예는 과연 누구일까?

2005년 미네소타의 카를로스 실바는 188.1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9개만의 볼넷을 허용해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피안타 212개, 피홈런 25개로 말 그대로 맞으면서 볼넷을 주지 않은 대표적 선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150이닝을 던진 투수 중 9이닝당 볼넷 2.5개 이하, 홈런 1개 이하, 피안타 9개 이하인 투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우선 현재 프리에이전트(FA) 투수인 벤 시츠가 그 기준을 맞췄지만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가진 투수로 범주에서 제외됐고, 2007년 사이영 수상자 브랜든 웹은 9이닝당 2.58볼넷으로 아쉽게 벗어났다.

지난해 컨트롤 좋은 투수로 꼽힌 조 손더스는 다른 기준은 맞췄지만 피홈런이 9이닝당 1개를 넘어 탈락하고 말았다. 이 정도면 매덕스에 맞춘 기준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95마일을 넘지 않는 구속을 가진 선수는 정말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느린 공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제이미 모이어조차 이 기준에 맞추질 못했다.

이 기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투수로는 다저스의 데릭 로, 클리블랜드의 클리프 리, 애리조나의 댄 해런 등 단 3명에 불과했다. 데릭 로는 9이닝당 1.92볼넷, 0.6홈런, 8.27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클리프 리는 1.37볼넷으로 리그 1위였고, 0.48홈런, 8.61안타로 사이영상이 부끄럽지 않은 시즌임을 보여줬다. 해런 역시 1.67볼넷으로 리그 2위, 0.79홈런, 8.50안타만을 허용하며 이름을 올렸다.

물론 이런 수치를 맞췄다고 이들이 꼭 매덕스의 후예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리그 평균 수치보다 볼넷 허용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절묘한 컨트롤을 과시하면서 당당히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통해 적은 안타를 허용하고, 거기에 피홈런 수치까지 높지 않다면 이들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올린 달인들이다.

데릭 로는 90마일을 전후한 싱커를 주무기로, 리는 90마일 초반대의 날카로운 직구와 커터, 해런 역시 강속구 투수로 분류하기는 2% 부족하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스플리터로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로이 할러데이 같은 투수를 포함시켜도 이 수치를 유지한 투수는 극소수이다. 또한 정교한 컨트롤과 함께 매덕스와 같이 뛰어난 무브먼트와 체인지업 등 확실한 무기도 필요할 것이다. 한두 해가 아닌 긴 커리어를 통해 이런 기록을 쌓아 나갈 수 있는 투수를 주목해보자.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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