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면 새로운 길이 활짝 열린다.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기에 그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신지애(20·하이마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00만 달러(약 15억 원)가 담긴 상자를 품에 안았다. 신지애는 24일 미국 웨스트팜비치 트럼프인터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2위 캐리 웹(호주)을 1타차로 제쳤다.》
“상금 자선기금 기탁… 목표는 신인왕”
신지애는 당당하고 여유가 넘쳤다.
우승 직후 미국 NBC방송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상금 100만 달러에 대해 영어로 “미국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기자회견에서 “떨릴 때 오히려 웃는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아픈 유년기의 상처가 새삼 떠올랐다. 2003년 이맘때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두 동생마저 크게 다쳐 신지애는 1년 동안 병원 간이침대에서 병간호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골프를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며 독하게 매달린 끝에 성공시대를 연 뒤 자선활동에도 매달렸다. 이번 상금 가운데 일부도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의 오른손을 잡아 주리라’는 성경 구절을 늘 가슴속에 둔다는 그는 최근 오프라 윈프리의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올해 35개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한 신지애는 “2009년 LPGA투어에서 신인왕이 목표다. 그 다음 차근차근 세계 1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서 오초아-소렌스탐 등 눌러
올 국내외 11승 상금 42억… 美무대 돌풍 예고
○ 기록 제조기=LPGA투어 사상 첫 비회원으로 시즌 3승을 거뒀다.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일본 미즈노 클래식에 이어 세 번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세계 최고 스타를 모두 눌러 내년부터 뛰어들 미국의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역에 지상파 방송으로 생중계된 가운데 승리한 신지애는 무명이던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고 보도했다.
○ 강심장=신지애는 치열한 선두 경쟁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5번홀(파5)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린 뒤 좀처럼 보기 힘든 벙커 샷 실수로 4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려 보기를 했다. 하지만 16번홀(파4)에서 15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컵 50cm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아 2타차 선두로 승리를 굳혔다. 신지애는 “나도 인간인데 왜 떨리지 않겠느냐. 그럴수록 더 웃는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조에서 맞붙은 웹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 걸어다니는 기업=신지애는 올 시즌 국내외에서 11승을 거두며 41억9000여만 원에 이르는 상금을 벌었다. LPGA투어에서는 10개 대회(월드컵 제외)만 뛰고도 177만 달러를 챙겨 만약 정회원이었다면 오초아(276만 달러)와 폴라 크리머(182만 달러)에 이어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올해 말 소속사 하이마트와 계약이 끝나는 신지애의 매니지먼트회사는 ‘연간 10억 원에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스폰서 조건으로 내걸었다.
○ 변화가 경쟁력=신지애는 늘 장단기 목표를 정하고 쉼 없이 노력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올해에는 슬로 스타트의 징크스를 깼다. 지난해 71타였던 국내 대회 1라운드 평균 타수가 올 시즌 70타로 떨어졌다. 어린 나이에 너무 운동에만 매달리다 어떤 성과를 이루면 쉽게 시드는 국내 풍토 속에서 신지애는 틈나는 대로 대학(연세대 체육과) 수업을 듣고 독서와 어학 공부 등으로 롱런의 토양을 쌓고 있다. 내년 LPGA투어 데뷔를 앞두고는 250야드 안팎의 비거리를 10야드 이상 늘리는 것을 1차 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