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 After] 30년씩 타야 ‘人馬일체’… 40대에 비로소 전성기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9시 44분


베이징올림픽 최고령 출전선수는 호케쓰 히로시(67·일본)였다. 이안 밀러(61·캐나다)와 함께 승마출전 선수 가운데는 환갑을 넘긴 선수가 둘이나 있었다. KRA한국마사회 승마단 박재홍(43) 감독은 “승마는 주로 40대에 전성기를 맞는다”고 했다.

30년간 말을 탄 박 감독. “이제야 인마일체(人馬一體)에 대해 좀 알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승마는 시상대 위에 감독과 기수, 말, 그리고 말 관리자가 함께 올라간다. “살아있는 말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말이 귀신같이 알아차릴 정도.

전재식(41) 코치는 28년간 말을 탔다. 처음에는 ‘사랑’을 배웠다. 말이 무조건 예뻤다. 말을 좀 알게 되자 말을 다그쳤다. ‘체벌’의 시기. “20년을 타고서야 ‘관용’을 배웠다”고 했다. 이제는 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이해하고 또 베푼다.

“앞으로 무엇을 더 배울지 모른다”는 말에서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허준성(31), 김성수(26)처럼 승마경력 20년을 넘기지 못한 선수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승마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소로 답할 뿐.

전재식 코치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고(故) 김형칠 선수가 유명을 달리할 때 전 코치는 현장에 있었다. 둘은 마지막 룸메이트였고,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라 전 코치는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년 뒤, 형이 묻힌 국립묘지에 가서 메달을 바치겠다”는 애절한 마음. 말과 함께 관용을 배운 전 코치라면, 충분히 그 마음을 말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과천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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