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필드오브드림] WBC와 국가대표의 가치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9시 30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감독 선임 및 코칭스태프 선정 문제로 시끄럽다.

2006년 야심차게 1회 대회를 시작한 ‘WBC’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휴유증은 사실 만만치 않았다. 당시 어깨에 큰 부상을 당했던 국내의 김동주도 마찬가지였고, 멕시코 대표로 출전한 루이 아얄라는 시즌 초반 바로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중반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으로 추천됐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아지 기옌 감독도 선수들의 출전 승낙 여부에 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회 대회 당시 자국 협회의 부적절한 선수단 지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회 기간 동안 식사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선수단에 식권을 나눠줬고, 그것도 숙소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의 싸구려 음식이었기에 선수들의 분노가 상당히 컸다고 했다.

몸값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니 돈 없는 협회를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한 것은 설마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선수들도 가난한 국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겠지만 문제는 정성과 노력이 아닌가 싶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참가하는 선수나 대표팀을 이끌 코칭스태프가 국가의 명예와 태극마크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으로 기꺼이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강요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어떤 스포츠 지도자든 선수들의 기량 플러스 알파가 발휘되길 원할 것이다. 그러려면 ‘동기부여’라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 ‘무엇’이 사치스러울 필요까지는 없다. 이미 대표팀은 그 자체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사치이기 때문이다.

1회 WBC 2차 예선에서 일본을 다시 꺾고 마운드에 꽂혀 휘날린 태극기, 비록 패했지만 일본과의 4강전에서 비로 경기가 지연될 때 그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좌석을 떠나지 않고 목이 터져라 응원해줬던 수천 명의 한인 응원단의 ‘코리아 함성’,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에서 9회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온 병살 유도와 그 감격의 포옹들…. 이 모든 순간은 정말 선택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감히 논할 수 없는 귀한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사치라고 믿는다. 단, 이런 사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약간의 장치를 해주는 노력도 동반된다면 우리 모두가 또 한번의 감동을 느낄 확률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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