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ML 복귀전보다 웨딩이 더 떨려”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41분


지난달 귀국 후 부산 본가에 머물고 있는 클리블랜드 추신수(26)는 5일 부인 하원미씨(25)와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10일 웨딩촬영에 앞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청담동에 위치한 웨딩컨설팅업체 ‘라엘웨딩’에 들어선 그에게 턱시도를 입게 된 소감을 묻자 “떨리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관중이 꽉 들어찬 빅리그 구장에서도 언제나 늠름한 모습을 보이던 추신수지만 결혼 5년째인 올해, 뒤늦게 입게 된 턱시도가 더 설레고 떨리는 듯 했다.

○체중유지위해 술도….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가족들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2000년 초 태평양을 건넌 후 올해로 만 8년째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은 ‘언제나 그리운 곳’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 갖는 오붓한 시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친구들, 선후배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면 가끔 술자리도 있게 마련. 시즌 중 종종 캔맥주를 즐기긴 하지만 좀처럼 과음을 하지 않는 그도 이맘 때 술자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예년에 비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후 구단은 귀국길에 오르는 그에게 아무런 프로그램도 주지 않았다. 팔꿈치 상태에 대해서 구단도 걱정하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는 “구단이 그래도 내 몸무게는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내 생각도 비슷하고 해서 요즘 체중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술을 자제하는 것도 그래서다”고 밝혔다. 올 초 115kg에 이르던 몸무게는 시즌 막판 95kg 정도로 줄었는데 올 겨울에도 이 몸무게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선수는 상품, 상품가치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왼쪽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그는 기나긴 재활을 거쳐 올 6월 1일, 빅리그에 복귀했다. “경쟁자들은 잘 하고 있는데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 정말 힘들었다. 이러다가 기회가 없어지면 어쩌나하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는 말은 힘겨웠던 마음고생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벼랑 끝에 몰린 처절함’은 남다른 재활로 이어졌고, 똑같은 수술을 받았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는 두 달 이상 빨리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6월, 마침내 빅리그에 복귀했고 올 시즌 94경기 출장에 타율 0.309, 14홈런 66타점이란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지 언론은 이미 추신수를 내년 시즌 ‘붙박이 외야수’로 점찍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야구란 게, 구단이라는게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클리블랜드에서 더 뛰고 싶지만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선수도 상품이다. 무엇보다 내 상품가치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타점 기회 많은 타순에 서고 싶다

복귀 후 주로 하위타선에 나서던 그는 8월 2일 미네소타전에서 빅리그 데뷔 후 첫 4번타자를 맡기도 하는 등 후반기에는 줄곧 3번, 5번 등 클린업트리오에 위치했다. 클리블랜드 이적 직후였던 2006년 8월, 그는 “2번 타자가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년 시즌 어느 타순에 섰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2년 전과 다른 답이 돌아왔다. “타점 기회가 많은 3번이나 5번을 쳤으면 좋겠다.” 주자가 나가 있으면 투수 견제를 더 받겠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고,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타점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맛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갖게 된 우리 집

귀국 직전 애리조나주 피닉스 근처에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 클리블랜드 스프링캠프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곳. 미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덕분(?)에 45만 달러에 제법 근사한 단독주택을 장만했다. “미국에서 집을 처음 갖게 됐는데 아내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추신수는 “시즌 중에는 아내와 아들(무빈)도 클리블랜드에서 지내겠지만 겨울 내내 따뜻한 애리조나에서 온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게 돼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앞으로 애를 둘 더 나으려고 하는데, 집이 있으니까 든든하다”고 덧붙이면서.

○야구는 마흔살까지. 그 다음은….

올 시즌 그는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인 39만400달러를 받았다. ‘연봉대비 효율’을 따진다면 메이저리그 전체를 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당연히 다음 시즌 대박이 기대되지만 그는 “내년엔 별로 안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이 끝나면 연봉 조정신청자격을 얻게 된다. 내년에 잘 하면 시즌 중반이라도 구단이 다년계약 카드를 내밀 수 있다. 그래서 내년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선수, 특히 메이저리거에게 연봉은 곧 명예다. ‘돈 욕심’이 없을 수 없다. “마흔살까지 현역 선수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고 싶다. 그 나이까지 한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라는 그는 “마흔 살 이후는 그동안 내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한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참 고민하다 말을 이어갔다. “혹시 기회가 온다면 감독을 한번 해 보고 싶다. 프로든, 아니면 중학교든 내 스타일대로 팀을 한번 꾸려보고 싶다” ‘내 스타일’이 뭐냐고 묻자, “완전 메이저리그식, 미국식”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임진환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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