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산 강속구, 부산에 날개 달다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창단이후 첫 10연승 신기록… 롯데 마무리 ‘코르테스 효과’ 폭발

지난주 ‘부산 갈매기’들은 ‘멕시코산 괴물’의 등장에 경악했다.

롯데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코르테스(35). 키 180cm에 몸무게는 101kg. 배가 불룩 나오고 둔해 보이는 몸집과는 달리 그의 투구 폼은 간결하고 부드러웠다. 직구는 최고 시속 153km가 나왔다. 상대 타자들은 공을 맞히긴 했지만 밀렸다. 방망이가 부러지거나 뜬공에 머물렀다.

지난달 29일 삼성과의 사직 경기에서 첫선을 보인 코르테스는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공 14개로 세 타자를 아웃시키며 가볍게 세이브를 기록했다. 31일에는 삼성에 3-5로 뒤진 8회 2사 후 구원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 동안 4타자를 2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역전 승리 투수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시진 경기운영위원은 “코르테스의 강속구와 제구력은 역대 용병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변화구 구사 능력만 검증된다면 롯데의 철벽 마무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는 100경기를 치른 1일 현재 54승 46패로 3위에 올라 있다. 팀 타율 0.277로 SK(0.288)에 이어 2위, 팀 평균자책은 3.55로 SK와 공동 1위다.

하지만 롯데의 실제 승수는 기대 승수와 차이가 있다. ‘총득점의 제곱÷(총득점의 제곱+총실점의 제곱)’으로 팀 승률을 예상하는 피타고라스 계산법에 따르면 롯데는 60.3승(승률 0.603)을 거둬야 한다. 실제 승수와는 6승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롯데의 뒷심 부족에 원인이 있다. 롯데의 46패 가운데 46%(21패)가 역전패다. 2점 차 이내로 승부가 결정 난 경기에서 롯데는 16승 26패(승률 0.381)에 머물렀다. 원인의 상당 부분이 마무리 투수의 난조에서 비롯됐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후반기 승부수로 코르테스를 선택했다. 최향남은 셋업맨으로 돌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롯데는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하나같이 접전을 벌였지만 모두 승리를 따냈다.

이제 롯데는 ‘가을에도 야구하겠다’는 목표를 정규 시즌 2위로 수정했다. 2위 두산(54승 44패)과는 불과 1경기 차.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내심 1992년 이후 1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노리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두산에 7승 8패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탄탄한 투수진, 두산은 빠른 기동력이 강점이다.

김시진 위원은 “두산과 롯데는 시즌 막판까지 2위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투타의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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