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전주원, 해설하며 다리 ‘들썩’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3분


여자농구 스타 전주원(36·신한은행)은 올림픽이라면 남다른 기억이 많아 가슴이 뛴다.

그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이 세계 강호들을 연이어 물리치며 4강 신화를 이루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는 태극 마크를 달고 있다 아기를 가져 출전할 수 없었다. 당시 임신 9개월의 만삭으로 올림픽을 지켜본 그는 한국이 6전 전패로 최하위인 12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해 누구보다 안타까움이 컸다. 불과 4년 만에 올림픽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한국 여자농구가 이대로 몰락하는 게 아닌가 답답해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전주원은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가 아닌 TV 해설위원으로 참가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베이징에 왔는데 후배들이 참 잘하고 있어 너무 기뻐요.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게 아닐까요.”

그의 말대로 한국 여자농구는 상처받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정덕화 감독을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신력을 보이고 있다. 예선 1차전에서 강호 브라질을 맞아 연장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의 희망을 밝혔다. 11일 2차전에서는 ‘장신 군단’ 러시아에 비록 패했어도 줄곧 접전을 펼쳐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이크 앞에서 후배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연방 다리가 들썩거려요. 함께 뛰고 있는 느낌이에요.”

국내 리그에서 최고령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전주원은 지도자를 꿈꾸기에 올림픽이 소중한 경험의 무대다. 선진 농구의 전술을 직접 접할 수 있고 세계적인 스타들의 플레이를 통해 배우는 게 많다는 것. 그래서 한 경기라도 더 보기 위해 경기장을 향한다고.

10월 국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틈나는 대로 올림픽 숙소에 있는 헬스클럽을 찾아 하루 4시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로 체력도 단련하고 있다.

베이징에서의 하루가 짧기만 한 전주원에게 이번 올림픽 역시 많은 추억이 남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