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피부라고? 입기 너무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세계신 48개 ‘1등공신’ 전신수영복 일반인 테스트

세계 수영계는 요즘 수영복 업체 스피도가 내놓은 최첨단 전신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사진)로 들끓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스포츠연구소가 힘을 합쳐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이 수영복은 소재부터 심상치 않다. 근육에는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면서도 물은 잘 스며들지 않게 했다. 초음파를 사용해 봉합선을 거의 없는 듯 만들었고 물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도록 몸의 구조를 최적화한다.

2월 탄생한 이후 이 수영복은 무려 48개의 세계신기록 작성을 도왔다. 베이징 올림픽 8관왕을 노리는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물에 뛰어 들어가는 순간 나 자신이 로켓이 된 듯했다”고 표현했다.

다른 회사 수영복을 입었던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을 깨고 스피도로 달려갔고 선수로부터 ‘차인’ 회사들은 법정으로 달려갔다. 과연 아마추어들이 이 옷을 입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명의 아마추어 수영 마니아가 시제품을 테스트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음식 관련 글을 쓰는 여성 작가 세라 디커먼과 BBC 스포츠 기자인 톰 포다이스다.

▽디커먼=“잠수용 고무 옷보다 입는 게 더 힘들다. 바닷가재가 허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에 비할까. 코르셋도 이렇게 꽉 끼는 코르셋이 없다. ‘지옥에서 온 거들’이다. 몸의 굴곡이 다 펴져 물의 저항은 확실히 덜 받을 것 같다. 물속에서 자세가 향상됐다. 보통 하체 쪽이 가라앉아 고생이었는데 이 수영복을 입으니 하체가 가라앉는 게 덜하다. 팔을 젓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역시 나 같은 아마추어에겐 획기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제2의 스킨’이라고 하지만 물을 직접 느끼는 좋은 느낌은 피부에 비할 수 없다.”

▽포다이스=“베이징의 한 수영장에서 시험했다. 너무 꽉 끼어 탈의실에서 몇 번이고 쿵쿵 뛰며 입어야 했다. 수영장에 있던 중국 여성들은 내 모습에 겁먹고 멀찌감치 피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저거 여자 수영복 아냐. 저런 옷 입은 사람은 처음 보는데.’ ‘남자라면 내 것처럼 짧은 팬츠를 입어야지. 쯧쯧.’ 내가 수영장을 떠날 때 모든 사람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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