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 클럽]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것 그 작은 행복을 잊지말자

  • 입력 2008년 7월 21일 09시 18분


정수근의 무기한 실격선수 징계, 정민태의 은퇴식 없는 고별 방송, 한 때 MLB를 강타했던 노모 히데오의 은퇴(미 · 일 통산 201승), 홈런왕 배리 본즈의 그라운드 복귀희망 무산 조짐 등은 지난주 한 · 미 · 일 야구계의 화제였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정수근은 3번째 폭행사건이자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것도 음주 후 새벽에 일어난 사건으로 롯데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가 반성과 자숙의 뜻을 내비쳤지만 그를 그라운드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야구를 빼놓고 인생을 논하기 어려운 그의 야구 사랑이 이어지려면 이번 기회에 술을 끊고, 사회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줘 팬들의 노여움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인간 정수근을 동정하는 팬들도 많다.

정민태의 은퇴방송출연은 고별인사의 의미가 있었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다른 스타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시간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든 선수들은 느껴야 할 것이다. 스타들 중 제2의 정민태식 은퇴가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모 히데오의 은퇴소식은 그가 선수로서 야구를 매우 사랑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동양야구와 일본야구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그의 MLB활약은 갖가지 기록 못지않게 독특한 투구 동작으로 미국야구팬들에게 크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돈, 명예만 쫓는 게 아니라 야구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하면서도 재기를 노리던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재기를 노리다 방출 당한 후 은퇴를 선언한 그의 여정은 선수로 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홈런왕 배리 본즈가 약물복용 파동으로 왕따를 당한 후 아직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31일)이 다가오면서 몇몇 팀이 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돈한 푼 안 받고 그라운드에 돌아가고 싶다는 그의 파격적인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승리와 도덕성의 갈등 속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오만하고 도도한 그가 과연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남은 열흘 동안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예를 든 4명의 야구스타선수들 이야기는 한여름 더위 속에 땀 흘리는 프로야구 선수와 타 종목 선수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열띤 성원이 기다리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의 우리 대표 팀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선수시절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식하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약 95% 정도가 신용을 생명처럼 여겼다는 통계가 있다. 팬들의 신용도가 떨어진 스타, 공인들은 진정한 성공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코치,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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