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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1일 0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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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챔피언전에서 성남이 먼저 웃었다. 성남은 20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벌어진 선두 수원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4분 터진 두두(28)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성남은 최근 정규리그 6연승, K리그 10경기 연속 무패(9승1무) 행진으로 수원을 3점차로 추격한 채 한 달 간의 올림픽 브레이크를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맞이하게 됐다. 반면 수원은 13일 대전전에 이어 올 시즌 처음으로 2연패 늪에 빠지며 후반기 선두 유지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김학범 감독 지략 적중
수원이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무렵 수원을 잡을 묘안을 물으면 김학범(48) 성남 감독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선수들이 잘 하니까 성적이 좋은 건데 우리가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수원이 흔들리면서 김학범 감독의 눈빛이 달라졌다. 김학범 감독은 수원전을 앞두고 “수원은 한 번쯤 흔들리게 돼 있다. 대전에서 힘 빼고 우리랑 붙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이 예언은 적중했다. 지난 해 큰 승점 차로 선두를 달리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에 장기 레이스에서 팀 분위기가 한 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김 감독의 말대로 수원은 껄끄러운 대전 원정에서 정규리그 첫 패배를 당하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이날도 가동할 수 있는 정예멤버를 총 출동시켰으나 김학범 감독의 지략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전반에 장신 공격수 김연건(27)을 최전방에 포진시키는 변칙 전술로 수원 수비수들의 힘을 빼놓은 뒤 후반 들어 최근 물 오른 기량을 보이고 있는 최성국(25)을 측면 공격수로 투입했다. 최성국은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수원 진영 왼쪽에서 날카로운 땅볼 패스로 두두의 골을 도우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적생 두두 만세
“우리에겐 용병이 있다.” 김학범 감독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외국인 공격수 듀오 모따(28)-두두가 성남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중에서도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서 이적해온 두두의 활약은 대단하다. 두두는 이날 결승골을 포함해 올 시즌 16골을 터뜨렸다. 최근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8골 2도움)에 정규리그에서도 14골로 단연 득점 선두를 달리며 물 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차범근 감독은 이 둘을 막기 위해 그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조원희(25)를 이날 오른쪽 풀백으로 내리고, 홍순학(28)을 중원에 투입하며 수비에 더욱 신경을 썼다. 하지만 두두는 후반 들어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시키며 성남에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수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