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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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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2군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냐. 이 아버지의 마음도 무거운데 너는 오죽할까 싶다. 20여 년간 함께해 온 야구가 너를 잠시 시샘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믿는다. 시련이 와도 너는 항상 이겨냈잖느냐. 차분히 몸을 만들면 예전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아들을 향한 애잔한 부정(父情)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요미우리 이승엽(32)의 아버지 이춘광(65) 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그렇다.
이 씨는 2일 “승엽이와 가끔 전화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지만 야구 얘기는 부담이 될까 봐 일절 안 한다”며 “얼마 전 전화를 대신해 아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4월 14일 2군으로 내려간 뒤 최근 홈런 4개를 날리는 등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상 없이 타격 감각을 되찾았지만 3개월째 접어드는 2군 생활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
하지만 이승엽은 ‘1군에 복귀하기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이 씨는 전했다.
“승엽이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어요. (타격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1군에 복귀했다가 오히려 더 망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승엽은 국내에서 뛸 때 아버지와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수가 적은 데다 이승엽이 합숙을 많이 해 집에서 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말은 안 해도 이승엽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를 위해 지난주 아내 이송정(26) 씨와 아들 은혁(4)을 대구로 보내기도 했다.
이승엽은 올해 3월 2008 베이징 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 당시 아버지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버지가 묵묵히 저를 지켜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요. 어머니(지난해 작고)를 간병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아버지를 보며 ‘더 잘해 드려야지’ 다짐하곤 합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