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2008생생토크]“스페인, 자신감 있으면만 우승…”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맞았다.

그의 지식과 리더십, 한 팀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린 능력, 기적에 가까운 성적을 올린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비판론자들도 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빈에선 일부 언론인이 히딩크의 팀이 금지약물을 먹었다고 떠들어댔다.

히딩크는 천재도 마법사도 사기꾼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판단하고 선수들을 100% 이상 최선을 다하도록 설득한다. 여기서 ‘약’은 아드레날린이다.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설득하기 위해선 정신력이 중요하다.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히딩크는 그 확신을 심어줬다.

솔직히 러시아 선수들이 진짜 금지약물을 안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증거도 없다.

러시아의 행진이 빈에서 멈춘 것은 스페인이 한 수 위였기 때문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러시아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과 시야를 갖추고 있다. 두 경기를 환상적으로 치른 러시아의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이날 공간과 볼을 확보하지 못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 때처럼 4강에서 멈췄다.

70세의 베테랑인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여 러시아 선수들을 지치게 만든 뒤 공략해 골을 넣었다.

스페인은 21경기 무패 행진을 벌인 강호다. 30일 결승에서 독일도 무너뜨릴 것이다.

선수 면면을 놓고 보면 스페인이 독일을 앞선다. 하지만 독일은 ‘백전노장’이다. 상대가 아주 뛰어나지 않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준결승에서 터키는 격렬하게 저항하며 ‘8강의 기적’을 이루려 했다. 하지만 단기간의 토너먼트대회에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독일이 그랬다.

독일 선수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탄탄해 웬만해선 극복하기 힘들다. 그런데 스페인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재치 있게 볼 다루는 능력이 20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게 할 것이다. 스페인은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면 새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스페인은 네덜란드를 꺾은 러시아를 처참하게 깼다. 그렇다고 스페인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독일 선수에게도 어떤 ‘혐의’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러시아 선수들도 의심하면 안 된다.

러시아는 3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강훈련을 시킨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게 스포츠고 삶이다. 우리는 약자가 우승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스페인에 감사한다. 스페인은 라틴의 기술로 독일의 강철 체력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자, 이제 결승전을 즐기자. 그리고 “올레(Ole·힘내)”를 외치자.

랍 휴스 오스트리아 빈에서·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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