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지터! 그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

  • 입력 2008년 6월 27일 14시 50분


데릭 지터는 자신의 액면 성적보다 후한 연봉을 받고,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늘 과대평가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지터는 강한 흡입력으로 안티팬까지 매료시키는 플레이를 한다.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야구가 본능에 의존한 포르노라면, 지터의 야구는 지능이 높다.

※지터의 변태적인 스윙

지터의 스윙은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안정되어 있다. 재미있는 특징은 인사이드 공략법에 있다. 바깔쪽 공은 결대로 밀어치고, 안쪽공은 당겨치라는 것이 야구계의 금과옥조다. 최근 벌크업된 타자들에게 전자는 무용지물이 되버렸지만, 후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터는 안쪽공을 밀어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터는 팔꿈치를 최대한 밀착시켜 스윙 반경을 줄이면서 몸쪽공에 대처하고, 이를 우중간으로 보낸다. 바로, 이종률 해설위원이 말하는 ‘지터표 안타’가 이것이다. IN-OUT 타법이다.

밀어치는 기술이 좋은 타자는 꽤 있다. 쟈니 데이먼이 밀어칠 경우, 한손을 놓고 배트를 집어 던지면서 타구를 보낸다. 배트의 헤드 무게만을 이용한 영리한 타격이다. 하지만, 지터처럼 가격하면서 때리는 기술과는 다르다. 자코비 엘스버리는 배트로 공을 긁으면서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엘스버리의 경우 이를 위해 축족을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대처하기 때문에, 안정된 하체로 때려내는 지터와는 일관성 면에서 수준차가 있다. 지터처럼 배트의 안쪽 부분을 이용해서, 밀어치는 타자는 드물다.

※지터는 방어적 스윙의 제왕

지터 스윙의 장점은 유연한 반응성에 있다. 타격 자세상 오프 스피드 피칭에 대한 대처에 강점이 있으면서, 배트컨트럴이 뛰어나기 때문에 커트로 투수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지터는 파괴적인 스윙으로 투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자신이 치기 편한 공을 다른A급 선수들처럼 정타로 연결해 투수의 숨통을 끊는 능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공격이 아닌, 스트라이크존의 방어로 들어오면 지터보다 뛰어난 타자는 찾기 힘들다. 게임이 타이트해지고 승부처가 됐을 때, 지터에게 믿음이 가는 이유는 이 점에 있다. 그는 레벨스윙을 하는 스프레이 히터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수 있는 테크니션이다.

※지터의 스타일리쉬한 수비-주루

빌 제임스식으로 얘기하자면, 지터의 수비 범위는 최악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터가 강하지 않은 어깨를 커버하기 위해 얕은 수비 위치 선정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지터의 수비 동작은 보는 맛이 있지만, 실속은 떨어진다. 평범한 3류간 타구에 점프 한번 해주고 송구하는 것이나, 2류간으로 가는 널널한 타구에 여유 시간을 십분 활용, 빙글 돌아주고 송구하는 센스는 입이 벌어진다. 그날 저녁 스프츠 하이라이트는 지터의 수비를 비춘다. 하지만,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현대야구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그의 창의적 기지와 유연성은 평가해줘야 한다.

지터는 눈치 빠른 주자다. 그는 색계의 양조위 만큼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터는 적당히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하고, 누상에서 횡사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짓을 하지 않는다. 감독들은 해마다 최고의 베이스러너에 지터의 이름을 집어 넣는다.

※지터의 메이크업과 인터뷰

보통의 스타와 지터를 구분하는 점은 메이크업에 있다. 한 경기에 병살타를 3번 치고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평상시처럼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무슨 일 났나 하는 얼굴로 덕아웃으로 들어갈 뿐. 타 선수들 같으면 고개를 숙이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뻔뻔하기 그지 없는 도도한 태도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배짱은 질려버린다. 사실 지터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시즌 성적과 별차이 없다. 하지만, 베테랑들도 분위기에 압도되고 긴장하는 상황에서, 신출내기 타자가 여유작작 능글맞게 타석에 서던 모습은 징그러울 정도로 경악스러웠다.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가 보여준 의연한 자세는 주위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지터는 언론을 다루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모든 문제를 직업적으로 다뤄버린다. 항상 자신이 설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 필요한 말을 다한다.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 순간의 기분에 들떠 허튼 말을 흘리지 않는다. 언론에 필요이상으로 친절하지 않으면서, 기자들에게 호의를 얻어낸다. 언론을 매개로 타 선수와 설전을 벌일 때는, 마치 진중권씨가 고양시 최선생님을 다루는 듯한 레벨 차이가 느껴진다.

# 데릭 지터는 분명 과대평가된 선수일 수 있다. 그는 화려한 플레이로 이목을 끌어내는 선수고, 데이터적이 아니라 인상적으로 강렬한 선수다. 전면적인 인간관계가 아닌 이상, 팬과 선수의 관계에서 실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인상일 수도 있다. 지터는 이에 최적화된 선수다. 야구를 쉽게 하고, 스마트하고, 능글맞다. 그의 꿈은 야구감독이 아닌 메이저리그 구단주다. 허튼 말로 들리지 않는다. 재테크도 잘할 것 같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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