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 유로2008 리포트] 크로아 ‘팔색조 전술’ 독일전차 잡다

  • 입력 2008년 6월 14일 08시 34분


4-4-2 시스템을 신봉하는 독일의 뢰브 감독과 새로운 전술의 크로아티아의 빌리치 감독이 맞붙었다. 양 팀 모두 부담되는 경기가 될 것이란 예상 속에 그래도 독일이 무난히 승점을 챙길 것을 예상하며 클라겐푸르트의 뵈르테르세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유로 2008 예선에서 이미 조 1위를 확정지은 후 원정 경기에서 3-2로 잉글랜드를 탈락시키고 히딩크의 러시아에게 행운을 안긴 그(빌리치)답게 보란 듯이 독일을 물리쳤다.

꾸준한 4-4-2의 독일에 맞서 크로아티아는 수비 때는 4-1-4-1, 공격 때는 4-4-2,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굳히기 위한 5-4-1의 다양한 전술적 변화 속에 지공과 속공의 세밀함과 굵은 플레이의 조화를 이루며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볼 점유율이나 경기 지배력에서는 독일이 앞섰지만, 실질적인 득점기회와 유효슈팅에서 앞선 크로아티아의 경제적 축구가 빛났다. 당초 전문가들조차 크로아티아가 8강까지는 무난하다는 전망을 하면서도 이 정도의 무서운 팀이라는 점엔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이변과 파란은 항상 일어나게 마련이다. 크로아티아가 조 선두로 8강에 올라간다면, 준결승 결승까지도 가능하다.

이런 크로아티아의 변화엔 젊은 감독 슬리벤 빌리치가 있다. 유로 2008 시작부터 필자가 말 한대로 이번 대회의 가장 기대되는 감독 중 한명이다.

2001년부터 지도자로 나선 슬라벤 빌리치는 대표팀 감독으로는 파격적인 나이인 40세다 .19세인 1987년 프로 데뷔해 2000년까지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98프랑스월드컵 3위에 오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긴 모습만큼 강한 카리스마에 뛰어난 용병술을 가진 전술가로 거듭났고, 화려하고 짜임새 있는 패스 게임과 공격축구를 구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너무나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빌리치 감독, 선수, 서포터들. 하기야 경기 내내 대기심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사이드라인에 나와서 선수들에게 계속 떠들었다. 마치 그라운드 안에 크로아티아 선수 한명이 더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좋게 보면 열정적이고 나쁘게 보면 촐랑이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팔자의 눈엔 젊은 감독의 개성으로 예쁘게 비춰질 뿐이다.

또한 독일의 고공 공격을 막아낸 195cm의 장신 수비수 시무니치(30)와 게임의 키 플레이어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23)의 플레이를 칭찬해주고 싶다. 디나모 자그레브의 자국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루카 모드리치의 이적설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차분한 요아킴 뢰브 독일 감독은 경기 후 “롱 패스와 크로스에 의존한 위협적이지 못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충분히 이번 패배를 극복할 것이라 자신한다”는 말을 했는데, 정확하게 지적한 것 같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몇몇 독일 선수는 자신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에 아무 생각없이 라커룸으로 들어갔지만, 어이없는 표정의 독일 응원단을 발락 주도하에 골키퍼 레만 등 정확하게 6명만이 응원석 쪽으로 다가가 박수쳐주며 응원단을 달래는 모습은 운동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가슴 뭉클했을 법하다. 축구에서만 볼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이자 남은 경기에 대한 승리에 무언의 약속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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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성표 감동의 성찬 ‘마법의 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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