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24조원 석유재벌 돈으로 꿈꾸는 ‘최고 클럽’

  • 입력 2008년 5월 30일 08시 57분


1966년 10월 24일 남부 러시아 볼가강 중류연안에 위치한 사라토프의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가 바로 지구상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한 현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이다.2007년 1월 러시아 잡지 <파이낸스>는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을 한화 24조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그 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유가를 고려할 때 이 석유재벌의 현 자산은 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신문 <선데이 타임즈>는 아브라모비치를 인도 출신 철강왕 락시미 미탈에 이어 영국에 사는 두 번째 부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모스크바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저택을 제외하고 런던과 남부 서섹스 지역에 영국 내 주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서섹스에 있는 집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8.2배 규모의 대지 위에 세워져 있다. 또한 1440억원 짜리 요트를 포함해 ‘아브라모비치의 해군’으로 불리는 총 다섯 척의 요트를 소유하고 있고, 현재는 보잉737을 대신해 더 규모가 큰 개인 전용보잉 767 제트기를 운항하고 있다.

○비극적이었던 유년과 성격형성

이렇듯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 아브라모비치의 유년시절은 지금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비참하고 비극적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오로지 입을 덜기 위해 둘째를 낙태하기로 결심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결국 돌팔이 의사에게 수술을 맡겼다가 어머니는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마저 건설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아브라모비치는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삼촌의 손에 키워졌다.

항상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집안출신으로 기억하는 아브라모비치의 절친한 친구 수에티나는 그를 그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있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회고하며, 이것은 강해야만 살아남았을 그의 유년 시절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강한 첼시를 위해서라면…

이런 불행한 유년을 보낸 아브라모비치는 축구는 물론이고 각종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남부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까지 첼시 경기를 빠트리지 않고 보기 위해 헬기와 제트기를 갈아타며 오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또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인수하고 매니저 라니에리와의 첫 대면에서 “나는 첼시를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당신은 무엇이 필요합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라니에리는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로 인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두 선수 정도가 보강된다면 나는 매니저로서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브라모비치는 라니에리의 요구를 즉시 들어줬다.

○구단주가 술 안마시면 선수도 끊어라

첼시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견되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기 위해 아브라모비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반면에 첼시 이사회 의장 트레버 버치는 이런 구단주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2800억원에 달하는 첼시 인수를 성공시킨 버치는 연봉15억원을 받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구단주 아브라모비치에게 첼시를 세계 최고의 클럽 반열에 올리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버치는 한 40년쯤 걸릴 거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아브라모비치의 야망을 간과한 실수였다. 결국 버치는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교체된다.

이제 첼시 구단 전체는 아브라모비치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다. 구단 내부에서는 아브라모비치가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절제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두고 버치처럼 퇴출되지 않으려면 자신들도 술을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나오고 있다. 존 테리는 이렇게 생활방식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선수단 간섭에 대한 두 얼굴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의지가 선수 개개인에게도 전달되기를 원했다. 그는 매 경기가 끝난 후 직접 드레싱 룸에 찾아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어떤 말을 하기 보다는 주위를 둘러보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자신의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아브라모비치가 팀의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감독의 역할까지 침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은 분명 무리가 있다. 전 첼시 감독 조제 무리뉴도 “만일 아브라모비치가 훈련하는 데까지 나를 도왔다면 우리는 리그 하위권으로 전락했을 것”이라며 구단주의 지나친 개입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는 감독 선임은 물론이고 보통 잉글리시 클럽들이 감독의 권한으로 보는 선수 영입과 이적에까지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영입대상 선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영입하고 싶은 선수는 반드시 영입하는 집념을 보여 주었는데 안드리 세브첸코와 미하일 발락이 그 대표적 예이다. 특히 세브첸코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아내였던 이리나까지 동원하여 미국모델 출신인 세브첸코의 아내 크리스틴 파직에 로비를 해 이적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아브라모비치가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데 몰입하는 것은 오로지 첼시를 세계 최고 클럽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있어야 했다. 전 첼시 감독 라니에리는 2003-2004시즌에 당시 우승팀 아스널과 1-1로 비긴 후 “우리는 아스널과 같은 훌륭한 클럽에 뒤이어 리그 2위와 챔피언스리그에는 준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는데, 아브라모비치가 원하는 것은 오직 우승 트로피일 뿐이었다. 그가 리그 2위와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 정도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브라모비치는 결국 라니에리를 경질하고 자신과 개인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많은 우승 경험이 있는 무리뉴를 영입했다.

그러나 리그 2연패를 비롯해 3년 동안 총 6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홈 무패 기록을 달성한 명장 무리뉴도 2007-2008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우승을 내주고 2위에 그치자 아브라모비치는 지체 없이 칼을 휘둘렀다.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최근 경질된 아브람 그랜트 전 첼시 감독으로서는 아브라모비치의 결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의 사전에는 2등이란 원래부터 없었다. 이 냉정한 구단주는 지금 무리뉴와 히딩크,만치니,스콜라리 등 여러 카드를 올려놓고 우승 트로피를 배달할 적임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요크(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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