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씨’의 힘… 경주마 경매 ‘高高’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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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억 원짜리 씨수말 ‘엑스플로잇’의 혈통을 받은 한 살짜리 암말이 제주경매장에 나왔다. 제주=이훈구  기자
28억 원짜리 씨수말 ‘엑스플로잇’의 혈통을 받은 한 살짜리 암말이 제주경매장에 나왔다. 제주=이훈구 기자
28억원 씨수말 ‘엑스플로잇’의 후예, 8000만원에 낙찰

검고 날렵한 말이 들어섰다.

23일 한국마사회(KRA) 제주목장에서 열린 경주마 경매.

남승현(남촌CC 회장) 씨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박대흥 조교사는 전광판에 ‘8000만 원’이라는 글자가 뜨자 한참 뜸을 들인 뒤 사겠다는 신호를 보냈고 결국 이날 경매의 최고가인 8000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앞서 해당 마필은 국내 경주마 사상 최고가인 1억 원까지도 예상됐다. 박 조교사가 뜸을 들인 이유는 다른 구매자들과의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말은 한국마사회가 28억 원을 주고 2005년 미국에서 들여온 씨수말 ‘엑스플로잇’의 혈통을 받아 민간 목장에서 태어난 한 살짜리 암말이다. 수말이었다면 가격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박 조교사는 “수말이 힘과 경주력이 좋아 인기가 더 높다”고 말했다.


촬영: 이훈구 기자

이날 86마리의 말 중 51마리가 낙찰됐다. 낙찰 평균가격은 2694만 원. 제일 싼 말은 500만 원이었다. 국내산 경주마 중 역대 최고가는 올해 3월 ‘팝스슬루’가 기록한 9600만 원.

국내산 경주마의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최고가 말들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6500만 원 수준이던 경매 최고가가 해마다 올라 올해는 1억 원에 육박했다. 한국마사회가 2005년부터 도입한 고가 경주마의 ‘후예’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플로잇의 ‘자녀’들에 이어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국내 최고가인 40억 원을 주고 도입한 씨수말 ‘메니피’의 ‘자손’들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매시장에 나온다.

이들 씨수말은 외국에서는 한 번 교배 시 2000만 원 안팎의 교배료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민간 목장에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4마리의 씨수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경주마의 국산 자급률은 약 75%. 민간 목장에서 연간 1000여 마리가 태어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을 관리하는 김희파 목장사업처장은 “장기적으로는 고가의 말을 생산해 수출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제주=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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