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골프]무엇이 ‘호랑이’와 갤러리들을 이토록…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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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호랑이’와 갤러리들을 이토록 흥분하게 만들었을까

골프에서 홀인원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을 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경기 고양시 뉴코리아CC 15번홀(파3·170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 한 공이 컵에 빨려 들어갔다. 10여 년 전 남부CC에서 처음 한 뒤 다시 한 번 짜릿한 순간을 맛본 것이다. 정 회장은 동반자였던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임원들과의 기념 라운드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함께 라운드를 하던 주말골퍼 4명 가운데 2명이 같은 홀에서 연달아 홀인원을 했다는 외신이 해외 토픽으로 전해졌다.

골퍼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홀인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는데 올해에는 국내외에서 이와 관련된 진기한 사연이 쏟아졌다.

주말 골퍼는 1만2000분의 1 확률

지난달 경북 칠곡군의 파미힐스CC에서는 동반자 2명이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이 골프장 회원인 이영 씨가 동코스 6번홀(파3·160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한 뒤 동반자 이용수 씨가 마지막으로 티박스에 올라 역시 6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이 홀인원이 된 것. 이영 씨는 전날 딸의 혼사를 치른 뒤 겹경사라며 무척 기뻐했다고.

당시 캐디였던 석민경 씨는 “캐디 경력 3년 만에 처음으로 홀인원을 목격한 뒤 잠시 후 또 보게 돼 정말 놀랐다. 70만 원을 팁으로 받아 동료들과 회식하고 송편도 돌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파미힐스CC는 대한골프협회에 등록된 골프장 가운데 3일 현재 올해 가장 많은 홀인원이 나왔다.

강원 동해시에서 사는 김인호 씨와 양승봉 씨는 7월 강원 삼척시 블랙밸리CC에서 ‘릴레이 홀인원’을 했다. 파3의 17번홀(105m)에서 김 씨가 먼저 52도 웨지로 한 티샷이 홀에 빨려 들어간 뒤 양 씨가 어프로치웨지(PS)로 공략한 공이 그린을 타고 컵으로 사라졌다.

이 골프장에서는 부부가 올해 6개월여의 시간차를 두고 같은 홀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하는 ‘잉꼬 홀인원’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울산 울주군 보라CC에서는 행운의 ‘7’자가 7번이나 들어갔다는 기묘한 홀인원이 나왔다.

회원 이대열 씨는 7월 7일 7번홀(파3·160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77번이 적힌 던롭 젝시오 공으로 홀인원을 했다. ‘올해가 2007년이니 러키 세븐이 7번 나온 상서로운 의미를 지녔다’는 게 골프장 측의 해석.

미국의 102세 할머니 엘지 맥린 씨는 올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치코의 비드웰 4번홀(100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홀인원을 했는데 이 부문 최고령 홀인원으로 전해졌다.

그럼 홀인원은 얼마나 어려울까.

골프전문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평범한 주말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이라고 한다. 아마추어 고수는 5000분의 1, 프로골퍼는 3000분의 1로 높아진다고. 앞의 사례처럼 2명의 골퍼가 한 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무려 1700만분의 1.

코스 거리가 멀수록 당연히 그 확률도 떨어지는데 150야드에서는 8만분의 1이고 200야드 홀에서는 15만분의 1로 알려졌다.

국내 한 골프장단체의 회장은 한 번도 홀인원을 한 적이 없어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의 한 파3홀에서 한 번에 400개의 공을 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다. 욕심만으로 안 되는 홀인원을 시도하느라 괜한 캐디들만 공 줍느라 땀 흘렸을지 모를 일이다. 그 회장은 몇 년 후 결국 우연히 홀인원을 했다고 한다.

‘홀인원 한 번 하면 기둥뿌리 한 개 정도 뽑힌다’는 말도 있다. 기분 한번 심하게 내다 보면 거액이 들기도 해서다. 담당 캐디에게 수십만 원에 이르는 팁을 주고 앞뒤 팀의 캐디피도 내주는 게 보통이다.

‘한턱’에 휘청… 보험 들기도

뒤 팀에는 홀인원에 따른 소란에 대한 보상이며 보통 ‘사인’을 받고 티샷을 하는 국내 골프장의 라운드 사정에 따라 그린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앞 팀에도 사례를 해야 하는 것이다.

홀인원이 된 공을 넣은 트로피 전달식을 명목으로 거나한 술자리를 마련해야 하고 동반자와의 기념 라운드도 주선해야 한다. 공이나 수건 같은 기념품을 돌리고 골프장에 자랑스럽게 번듯한 나무까지 심다 보면 그 금액은 눈 덩이처럼 불어나기 일쑤.

그래서 미리 홀인원 보험을 드는 경우도 있다. 연간 20만∼30만 원 정도 드는 골프보험 상품에 가입해 두면 라운드 도중 부상이나 용품 분실 등에 대한 보상과 함께 홀인원을 했을 때 별도로 200만 원가량을 받게 된다.

만만치 않은 돈이야 들겠지만 그렇다고 가슴 떨릴 홀인원을 마다하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오늘도 홀인원을 향해 힘차게 스윙….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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