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골프장갑 얼마나 아시나요

  • 입력 2007년 9월 15일 0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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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골프 장갑’입니다. 필드에 나가면 클럽, 의상 등에는 신경을 무척 쓰시면서 저는 사실 찬밥 신세일 때가 많아요. 라운드가 끝나면 아무렇게나 가방 한구석에 처박히기도 하죠.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골프장에 접수된 내장객 분실물 가운데 1위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골프 장갑은 골퍼와 그립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골프는 흔히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모른다고도 하잖아요. 이제부터 저를 알려 드릴까 합니다.

내구성-신축성 중요… 한 켤레 20만 원 넘기도

[소재] 장갑은 양, 사슴, 소, 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가죽이 사용되다 양가죽이 일반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명됐습니다. 사슴 가죽은 내구성이 너무 떨어지고 소나 돼지 가죽은 질기긴 해도 착용감과 신축성이 나빠서죠.

양가죽 가운데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산 양피는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지녀 최고로 평가됩니다. 이 지역은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이면서 밤과 낮의 일교차가 심해 가죽을 긴장시켜서 품질 좋은 가죽을 얻을 수 있답니다.

일본의 골프 업체 카스코는 생후 3∼6개월 양의 가죽만을 사용해 품질이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한편 골프 장갑의 최고 소재는 남미산 야생 멧돼지 가죽이 꼽히는데 양가죽에 비해 5배 정도의 내구성을 갖추고도 신축성과 착용감이 탁월하지요. 장갑 한 켤레에 20만 원을 웃돕니다.

장갑의 두께는 보통 0.4∼0.5mm입니다. 얇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투어 프로들의 경우에는 개인에 따라 선호하는 두께가 다르죠. 손이 크고 파워가 강한 미국 골퍼들은 0.55mm의 장갑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반면 올여름 출산 후 쉬고 있는 한희원(휠라코리아)은 0.4mm가 넘는 장갑은 끼지 않는답니다.

오초아-커플스 “감 살리려 장갑 안 끼기도”

[맨손] 그런데 장갑을 끼지 않는 골퍼도 더러 있지요. 프로 선수 가운데는 프레드 커플스, 코리 페이빈(이상 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로리 케인(캐나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의 5% 정도가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킨스게임의 제왕’이라는 커플스가 몇 해 전 국내 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 출전했을 때 그 이유를 물어봤는데 “장갑을 끼면 감각이 나빠져 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커플스는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골프에 입문해 낮에 공을 모으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골프를 배웠는데 돈을 아끼기 위해 장갑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올 시즌 새로운 골프 여왕으로 등극한 오초아도 세밀한 느낌을 중시해 장갑을 안 낄 때가 많죠. 미묘한 손 감각이 요구되는 퍼트를 할 때는 대부분의 선수가 장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데 ‘풍운아’ 존 댈리(미국)는 귀찮아서인지 그린에서도 그냥 장갑을 낀 채 퍼터를 잡습니다.

장갑 특정부위 구멍 나면 그립에 문제

[그립] 장갑의 어느 한쪽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꿎게 장갑 회사를 탓하지 마세요. 그립을 너무 강하게 잡거나 악력의 균형이 깨졌을 때 장갑이 쉽게 찢어지기도 합니다. 골프의 전설 진 사라센은 “골프 스윙의 70%가 그립에서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그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장갑입니다.

장갑은 물집 같은 부상을 방지하고 스윙 중에 클럽헤드의 비틀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갑을 끼면 회전축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10야드 정도 비거리 향상 효과가 있습니다.

기능성 소재 장갑 속속 선보여

[어제와 오늘] 초창기 장갑은 천연 가죽만을 사용했는데 내구성이 좋지 않고 수분에 약하며 땀에 절면 냄새가 나고 딱딱해지는 등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 후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높고 세탁도 가능한 합성피혁 제품이 개발됐습니다. 3, 4년 전부터는 내구성이 약한 양피의 단점과 그립력이 약한 합성피혁의 단점을 보완한 혼성피혁 장갑도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천연 가죽에 부분적으로 신축성이 뛰어난 ‘라이크라’나 통기성이 뛰어난 ‘메시’ 등의 기능성 소재를 채택한 장갑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엄지-검지 사이 손등 둘레 cm로 사이즈 표시

[선택]무엇보다 장갑을 많이 착용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착용할 때는 먼저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네 손가락을 넣은 뒤 오른손으로 깍지를 끼듯 왼손 손가락 사이사이를 눌러 장갑을 손에 적당히 피팅시켜야 합니다. 다소 타이트하게 손에 맞는 느낌이 적당한 사이즈입니다. 대개 남자용은 21호부터 27호까지, 여자용은 17호부터 22호까지의 장갑이 판매됩니다. 이 숫자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지점에서 손등 둘레를 cm로 표시한 것입니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직접 끼어 본 뒤 선택하셔야 합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농구 황제’로 이름을 날린 골프광 마이클 조든(미국)은 28호를 끼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5호를 씁니다. 국내 투어에서는 최진호가 26호로 큰 손을 자랑하며 모중경은 22호로 작은 편에 꼽힙니다. (자료제공: 풋조이, 카스코, 캘러웨이골프, 나이키골프)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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