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슛, 홀인원보다 어렵다는데…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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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라면 누구나 에이지 슛(Age Shoot)을 꿈꾼다. 자기 나이 이하의 타수로 18홀을 마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결코 쉽지는 않다. 확률이 1만2000분의 1이라는 홀인원보다도 힘든 게 에이지 슛이다.

홀인원이나 앨버트로스는 행운이 많이 따라야 하지만 에이지 슛은 골프 실력은 기본이고 건강이 받쳐 줄 때 나올 수 있어 더욱 값지다. 60대의 나이에 3언더파 이하로 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주로 70대에 나온다.

1922년 태어난 김동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고문.

김 고문은 최근 경기 광주시 남촌CC에서 에이지 슛을 기록해 주위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85세인 그는 전반 43타에 후반에 41타를 쳐 스코어카드에 84타를 적었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외환은행에 근무하던 1962년 골프를 시작한 김 고문은 대한골프협회와 KLPGA의 경기위원장을 동시에 맡기도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165cm의 신장에 요즘 드라이버 비거리는 200야드 정도 나간다고.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건강 유지의 특별한 비법은 없다. 술은 체질 때문에 전혀 하지 않고 하루 세 갑까지 피우던 담배는 50대 초반에 끊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나 방에서 40∼50분 맨손체조를 하는 게 유일하다. 식이 요법도 안 하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김 고문은 1980년대 초 일본 골프장에 들렀다가 한 국내 동반자가 일본인 파트너에게 룰 때문에 망신당하는 걸 본 뒤 골프 규칙 보급에 앞장서며 책까지 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무엇보다도 골프 규칙과 에티켓 준수를 강조한다.

“첫 홀 나가면 전부 올 보기로 적거나 아님 ‘일파만파’라고 한 명이 파하면 전부 파로 적는 경우가 많아 못마땅하다. 아마 그런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는 자기와의 경쟁이며 그렇게 나온 스코어라야 자랑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손태곤(79) 태림섬유 회장은 올해에만 벌써 에이지 슛을 4차례나 했다. 최근에는 5월 4일 리베라CC 신코스에서 79타를 쳤다. 2000년 7월 6일 73세의 나이로 73타를 쳐 처음 에이지 슛을 한 것을 시작으로 통산 17회나 된다고.

그 비결에 대해 손 회장은 “특별한 것은 없고 욕심내지 않는다. 기록을 의식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술은 안 하며 담배는 사흘에 한 갑 정도.

그린에 올라가면 기브(OK)를 남발하는 일도 없다. 캐디피와 식사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꼭 내기를 하기 때문에 “땡” 소리를 들어야 홀 아웃을 한다고. 김대순 전 시니어골프협회 회장은 공식 경기에서만 22차례의 에이지 슛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프로 출신 가운데는 2004년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1호 프로골퍼 연덕춘 씨가 1993년과 1994년 챔피언시리즈에서 에이지 슛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현역 시절 국내 19승, 해외 3승에 빛나는 한장상(66)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은 “내 생애 한 번만이라도 에이지 슛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값진 만큼 쉽게 이루기 힘든 목표. 그게 바로 에이지 슛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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